前정권 낙하산엔 적폐라더니… 더 심해진 '캠코더 꽂기'

원선우 기자
입력 2019.03.26 03:02

카지노 운영 공기업 이사에 文대통령 법무법인서 일했던 인물 임명
관광공사 사장엔 盧정부 홍보처 차장, 출판진흥원 감사는 참여연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32곳 임원 436명에 대한 전수(全數)조사 결과, 한 해 수백억~수천억원대 예산을 집행하는 산하 기관 중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율이 80%를 웃도는 곳도 있었다. 문체부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조윤선 전 장관이 구속되고 소속 공무원 상당수가 '적폐 청산' 조사 대상이 됐던 부처다. 정치권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어도 억지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채워넣는 건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참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年 예산 2400억 문화예술위의 82%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연극·문학·미술 등 순수 예술 창작 활동과 저소득층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 기관이다. 연 예산은 2400억여원 규모다. 그런데 지난해 9월(국정 감사 자료 제출 기준)까진 70%였던 '캠코더' 임원 비율이 올해 3월 81.8%가 됐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연 5300억원 예산을 집행한다. '캠코더' 임원은 지난해 46.2%였지만 올해 66.7%가 됐다. 한국문학번역원(연 90억원)의 '캠코더' 임원도 올해 절반을 넘겼다.

◇전문성보다는 文·盧 '인연' 우선?

지난해 11월 취임한 송병곤 GKL 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과 노무현·문재인 법률사무소에서 32년간 송무 업무를 했다. 노동인권연대실장 등을 지낸 것을 제외하곤 외국인 카지노와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 올 2월 취임한 김동범 이사도 사교육 업체, 문화창작집단 '날' 고문 등 연극 단체 경력 위주로 업무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청와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남북경제문화교류협력재단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GKL은 최순실 게이트 당시 연루 의혹이 제기돼 이기우 전 사장이 해임되는 등 민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공기업이다. 야당은 "그래놓고도 현 정부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서명숙 이사도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이 앞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올레 이사장이기도 한 서 이사는 작년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수석실에서 연락이 와서 지원했다"고 했다. 서 이사는 문 대통령 부부가 2012년 대선 낙선 후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 같이 제주올레길을 걸었다고 한다. 김재원 의원은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 차장을 지낸 한국관광공사 안영배 사장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국제방송교류재단 우정영 이사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 보좌관 경력으로 취임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해 10월 임명한 이사들 가운데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 성은애 단국대 교수는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감사로 취임한 김경율 회계사는 참여연대 출신이다. 작년 11월 취임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조기숙 이사는 문재인 대선 캠프 문화예술정책위원회에 참여했었다. 한 야당 의원은 "현 여권이 이전 정권 때 '적폐'라고 비판하면서 수사까지 촉구하더니 그들도 자기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다 집어넣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A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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