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노이 이후 첫 대북제재… 韓⋅中에 강력한 '北압박' 메시지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3.22 09:08 수정 2019.03.22 10:21
美 재무부, 북한 제재 회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사 2곳 제재 리스트 추가
불법 환적·북한산 석탄 수출 혐의받는 선박 리스트도 갱신
제재 명단 오른 '랴오닝 단싱', 김정은 전용 벤츠 수입 혐의 받은 업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해상에서 이뤄진 북한의 불법 환적 장면을 포착했다./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각)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새로 제재 명단에 올렸다. 지난달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첫 대북 제재 추가 조치다. 미 행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단계적 접근과 일부 제재 해제 요구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를 통해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이번에 북한과의 불법 환적에 연루되거나 북한산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 95척의 리스트도 갱신해 발표했다. 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당장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국 국적 선박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중국은 물론 미국과 대북 제재 문제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 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곳의 중국 해운회사를 제재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다롄 하이보는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백설무역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등 방식으로 조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설무역회사는 북한 정찰총국(RGB) 산하로, 앞서 북한으로부터 금속이나 석탄을 팔거나 공급하거나 구매한 혐의 등으로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랴오닝 단싱은 유럽에 주재하는 북한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북한 정권을 위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상습적인 기만 행위를 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지난 12일 발표한 대북제재보고서에서 랴오닝 단싱이 김정은의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과 '보드카' 등 사치품 수입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벤츠 리무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때 탄 차이기도 하다.

재무부의 대북 제재 강화 조치는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협상 중단 검토'를 밝힌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비핵화 실행을 견인하기 위한 대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가겠다는 미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제재에 오른 법인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 미국민이 이들과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이들 중국 회사에 대한 제재에 대한 관련 조치로서 국무부, 해안경비대 등과 함께 북한의 해상 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했다. 이 리스트에는 ‘루니스(LUNIS)’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 선박도 포함됐다. 선박 간 환적 행위에 대한 주의보 발령은 지난해 2월에 이어 1년 1개월 만이다.

미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각) 발표한 선박리스트 갱신 명단 중엔 한국 국적의 선박 '루니스'호가 포함됐다. /재무부 자료 캡처
재무부는 "오늘의 조치는 국제 제재 및 미국의 독자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기만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이행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제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의 기만술도 날로 정교해지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 그리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차대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부는 우리의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불법적인 무역을 가리기 위해 기만술을 쓰는 해운사들은 엄청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을 위해 자금 세탁을 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 2곳과 개인 1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했었다. 이어 12월에는 북한의 사실상 이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인권 유린과 관련한 대북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제재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금지된 행동을 하거나 제재 회피를 촉진하는 단체(entities)에 대해 독자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하며 우리는 모두가 계속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모든 나라들이 유엔 제재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전 세계 정부들과 계속 일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캔자스주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느 행정부가 일찍이 구사해온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북한에 가하고 있는 한편 가장 성공적인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하고 있다"면서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올바른 순서'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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