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칼럼] 이제는 끝장을 내자

류근일 언론인
입력 2019.03.19 03:17

'반민족적'이란 국가는 문명개화… '민족적'이란 집단, 성노예 가해자
'큰 거짓말'이 진실 덮어 발생한 역설

류근일 언론인
"조용히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은 비록 외롭습니다. 그러나 용기로 인하여 한 명, 한 명 우리는 만나게 될 것입니다." 지난 3월 1일 '자유조선 임시정부'를 선포한 북한 반체제 단체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그 직전 이들은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담장에 '자유조선 일어난다. 김정은 타도'라고 써놓았다. 이 북한 레지스탕스들의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나 김정남 아들 김한솔을 긴급 대피시킬 정도의 실적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가 성매매를 당하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 1억달러(약 1137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8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영국 대북 인권 단체 '코리아 미래 전략'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에 맞춰 발간한 '북한 여성 성 노예 보고서'에서 이런 사실을 밝혔다(월간조선 뉴스룸).

이상 두 뉴스는 무얼 말하는가? 한반도 현대사의 논점은 자유냐 노예화냐, 문명이냐 야만이냐, 자유민주주의냐 인민(민중)민주주의냐 하는 싸움임을 말해준다. 이런 사관(史觀)은 '1948년의 대한민국'을 세운 세력과 그 계승자들의 관점이다.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 사관도 있다. 북한이 민족적이고 대한민국은 '반공=친일'이 낳은 반(反)민족적 존재라는 관점이다. '1948년의 대한민국'에 반대했던 극좌·중간파 합작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반세기 만에 참으로 희한한 결과가 빚어졌다. 그 '반민족'이라던 국가는 눈부신 문명개화를 이룩했는데, 자칭 '민족적'이란 집단은 기껏 '북한 여성 성 노예'의 가해자, 포주로 귀착한 것이다. 이럼에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자칭 '민족적'이라는 역사관에 포획당해 있다. 이 역설적 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결론은 간단하다. 나치의 괴벨스가 써먹은 '큰 거짓말(big lie)'이 진실을 덮었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선전, 선동, 최면, 세뇌, 집단 광기, 군중심리, 흥분, 환각을 통해 크게 줄기차게 집요하게 해대면 대중이 그것에 곧잘 혹한다는 것이다. 이래서 오늘의 운동권 현상은 '좌파 파시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거짓 선동 수법이 꼭 파시즘 닮았다는 뜻이다.

'좌파 파시즘'은 한국적 풍토에 썩 잘 먹히는 것 같다. 한국적 풍토란 '깨어있는 개인'의 층(層)이 얇은 사회다. 마을·문중·연고(緣故)가 개인의 설 땅을 허용하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도 한국인들은 개인·자유·법치보다, 종족·지역·집단 정서법에 더 매였다. 근대 산업사회보다 그 어떤 자족(自足)적 공동체가 더 '가치 있는 것'인 양 그려졌다. 한반도 좌익은 이 모든 '옛것'에 집착해 왔다. 그런데도 그들은 '진보'라 자처한다.

문제는 그들의 파시즘적 선동 정치가 이제는 좌파 권위주의를 넘어 전체주의 경향마저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유신 체제와 신군부의 권위주의에 저항했다는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권력을 잡자 그것 뺨치는 권위주의·전체주의·공포정치로 가고 있다. 삼권분립 아닌 삼권 통합, 광장 폭민(暴民) 정치, 적폐 몰이가 다 그렇다.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해서 그 판사를 기소한 것부터가 '민주화-진보' 운운과는 전혀 맞지 않는 권위주의 그대로다. 나경원 야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국가원수 모독죄'로 몰아친 것도 그렇다. 유신(維新)에 저항했노라 하면서, 그 유신이 만든 악법의 망령을 되살려 써먹는 게 '민주화·진보'인가?

오늘의 한반도는 결국 이상의 두 역사관의 결전장이 돼 있다. 북한 백두 혈통 사교(邪敎) 집단과 남한 운동권이 합쳐 한반도를 그쪽으로 끌어가느냐, 아니면 북한 주민의 '자유조선 여망'과 남한 자유민주 진영의 자유 통일 여망이 합쳐 한반도를 이쪽으로 끌어오느냐 하는 사생결단, 김정은이 먼저 나자빠지느냐, 대한민국이 먼저 부서지느냐 하는 시간 겨루기다.

한반도 운명의 향방은 결국 한반도 자유인들의 결의 여하에 달렸다. 때마침 미국과 유엔이 대북 최대 압박으로 가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탑승한 카퍼레이드 차량 벤츠의 반입 경로를 조사하면서, 김정은과 함께 손을 흔들고 선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눈살이었다. 그렇다. 이젠 끝장을 봐야 한다. "김정은 비핵화 의지 있다"는 거짓말, 그리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거슬러 "남북 경협 하자"는 역주행을 누르고, 김정은이 질식할 때까지 그의 돈줄을 한껏 죄어야 한다. 이게 결승골이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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