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정 공개' 공약한 文대통령 일정, 靑 홈페이지엔 17일째 비공개 왜?

손덕호 기자
입력 2019.03.18 09:58 수정 2019.03.18 14:40
3월 1일 관저 회의실 '현안 관련 내각 보고' 이후 일정 공개 안 돼
靑, 본지 보도 이후 일부 일정 채워 넣어

청와대가 지난 1일을 마지막으로 홈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 24시간 일정 공개'를 공약했다. 청와대는 이날 본지 보도 이후 3월 대통령 일정 가운데 일부를 채워 넣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 상단 '문재인 대통령' 메뉴 하단 '공개일정' 코너에서 문 대통령 일정을 공개하고 있다. 18일 오전 10시 현재 공개 일정을 보면,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오전에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관저 회의실에서 낮 12시 55분 현안 관련 내각 보고를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일정이 기록돼 있지 않다. 이는 3월 11일에 올라왔어야 하는 3월 4~10일 일정이 올라오지 않은데 이어, 3월 18일에 올라왔어야 하는 11~17일 일정도 올라오지 않은 것이다. 17일째 일정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밤 아세안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 일정을 포함해 3월 2일부터 문 대통령의 일정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대통령 동선 사후공개'를 2017년 10월 23일부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동선 공개는 1주일 단위로 매주 월요일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1년 5개월만에 멈춘 셈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정과 관련해 '밀회설' '성형설' 등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집에서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해 대통령의 일과를 국민에 투명하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17일간 문 대통령에게 아무 일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달 4일엔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했고,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5일엔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에서 사관생도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신임 소위들에게 계급장을 직접 부착해줬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조명래 환경부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대응방안과 관련한 긴급 보고를 받고 "비상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일정은 대부분 언론 보도도 됐다.

문재인 대통령 일정을 표시한 달력. 3월 1일을 마지막으로 17일째 일정이 비어있다./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이어 문 대통령은 6일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의 '제2벤처붐 확산 전략' 발표 현장에 참석했다. 7일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동참하기 위해 도보로 퇴근했고 8일엔 7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했다. 10일부터 16일까지는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을 6박 7일간 국빈 방문했다. 이어 16일 밤 8시 50분쯤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해외 방문 중에도 문 대통령의 일정은 홈페이지에 공개했었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문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출발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뒤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고, 만찬에 참석하고, GS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건설 현장에 방문한 것 등 5박6일간의 일정이 자세하게 공지됐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대통령 면담이나 오·만찬에 배석한 참모들의 실명 등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하루 뒤 공개한다. 미국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포함한 일정을 영상·사진 등과 함께 공개한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전날 일정이 언론을 통해 외부 식사 장소나 참석 명단까지 공개되고 있다.

청와대의 대통령 일정 공개가 2주 이상 중단된 것과 관련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의전공보 관계자들이 단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16일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수행에 나서는 등 일손이 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일은 아니란 점에서 누락 경위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후 청와대는 본지 보도 이후 대통령의 3월 일정 가운데 일부를 채워넣었다. 이날 오전까지 비워져 있던 3월 일정 가운데 4~8일 대통령이 소화한 일정이 이날 오후 새로 기입됐다. 하지만 오후 2시40분 현재 대통령이 소화한 3월 11~15일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공란으로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월 일정이 빼곡하게 표시된 모습. 그러나 3월 1일 이후로는 아무런 일정이 올라오고 있지 않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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