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의 역습, 日 소비시장 판도 바꿔

도쿄=최은경 특파원
입력 2019.03.15 03:02

4명중 1명꼴로 알레르기 증상
마스크 등 관련 시장은 1조원대

한국에 비해 미세 먼지 걱정이 적은 일본에도 연초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가훈(花粉)'으로 불리는 꽃가루다. 지난 2월부터 일기예보가 미세 먼지 수치 대신 '꽃가루 수치'를 중요하게 다룰 정도다. 이맘때면 일본의 국민병, '가훈쇼(花粉症·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도 급격히 늘어난다. 일본에선 통상 국민 4명 중 1명꼴로 가훈쇼 증상을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1000억엔(약 1조원)을 넘는 등 꽃가루가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드러그 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내 드러그 스토어마다 가훈쇼 특별 매대가 설치돼 마스크·안약·알레르기약 등을 판매하고 있다. 얼굴이나 마스크에 직접 바르는 신제품 출시도 잇따른다. 일본 화장품 제조 업체 고세는 아예 올 1월 피부에 꽃가루가 달라붙는 것을 예방하는 비비크림을, 또 다른 화장품 업체 에스테는 식물성 추출물을 고체 스틱형으로 만든 '꽃가루 장벽 스틱'을 내놨다. 이 제품을 코나 마스크에 바르면 콧물 등 증상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가훈쇼 대책 관련 시장 규모는 이미 2012년 1015억엔(약 1조원·아사히음료 조사)을 넘었다. 최근에는 가훈쇼 유행 시기에 관련 물품을 사느라 쓴 1인당 평균 금액이 4550엔(약 4만6300원)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인터넷 시장조사 업체 '매크로밀'이 지난 1월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5000엔(약 5만8900원) 이상을 쓴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22.7%에 달했다.

지난해 불볕더위로 인해 올해 꽃가루 날림은 기록적인 수준이 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가훈쇼로 인한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꽃가루 날림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면서 외식이나 레저·오락, 외출복이나 신발 등의 가계 소비지출이 줄어들어 올 1~3월 실질 개인 소비가 전년에 비해 5691억엔(약 5조7000억원)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이 매년 가훈쇼로 몸살을 앓는 건, 전후 국가 산림 정책의 일환으로 삼나무<사진>를 중심으로 인공림을 집중 조성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일본 전국 삼나무 인공림 면적은 448만㏊로, 인공림 전체(1029만㏊)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산 목재 수요가 가격 문제 등으로 급격히 감소했고, 임업 종사자 역시 1980년의 3분의 1 수준(2015년)으로 토막 났다. 그사이 방치된 삼나무들이 빽빽이 자라 가훈쇼의 원흉이 됐다.



조선일보 A19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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