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9.03.15 03:02

시진핑·리커창 방문 앞두고 발표 "완전한 단결 없이 中 견제 못해"

EU(유럽연합)가 처음으로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의 라이벌'로 규정했다. 이미 중국을 억제해야 할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미국에 이어 중국이 제공하는 기회보다 위협에 더 주목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경제 규모 1, 3위인 미국, 유럽이 2위 중국을 함께 견제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서구 대 중국'의 대결은 더한층 첨예한 구도로 바뀌게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발표한 새 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핵심이자 선도적인 기술 강국"이라며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전례 없이 커지면서 EU에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 사이의 균형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제 (EU의)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이자 (EU와 다른) 통치 체제를 추구하는 체제 경쟁자(systemic rival)"라고 규정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 다음 달 9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중국·EU 연례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됐다. 중국으로선 더없이 달갑지 않은 소식인 셈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말뿐인 시장 개방 약속, 자국 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신장위구르에서의 인권 탄압, 상대방에 거대한 빚을 떠안기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활동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또 "완전한 단결 없이 개별적으로 중국을 효율적으로 상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특히 5G망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제기하는 위험에 맞서 '5G망 보안 위험에 대한 EU 공동 정책'을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중국을 경쟁자 및 체제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중국을 국제 질서 유지와 협력의 파트너로 설정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생각하는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한 뒤 중국을 거세게 압박해왔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갈수록 강도를 더 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3일 발표한 2018년 국가별 연례 인권 보고서에서 중국이 80만~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에 대한 구금과 학대·고문·살해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권침해에 관한 한 중국이 독보적"이라고 했고,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 담당 대사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수용 시설과 비슷한 일은 1930년대 이래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유대인을 상대로 한 나치의 만행에 비유했다.

같은 날 호주 주재 미국 대사로 부임한 아서 컬바하우스 전 백악관 법률 고문은 중국의 팽창 외교를 '급전 고리 대출 외교'라는 용어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태평양 지역 각국을 상대로 '페이데이 론 외교'(pay-day loan diplomacy)를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데이 론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급여를 담보로 이용하는 단기 고리 대출을 뜻한다.

미국의 인권 문제 비판에 대해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14일 '2018년 미국의 인권 기록과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중국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에서는 시민의 권리가 짓밟히고 돈에 의한 정치가 횡행해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인종차별, 어린이 안전 우려와 성 차별, 이민의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A19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