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항구, 九味가 당긴다

목포=조홍복 기자
입력 2019.03.15 03:02

[뜬 곳, 뜨는 곳] '맛의 도시' 선포한 전남 목포
낙지·홍어·민어·꽃게·갈치·병어·준치·아구·우럭 등 호남 제철 수산물 목포로 집결
'싱싱함'으로 관광객 발길 잡기로

'낙지, 홍어, 민어, 꽃게, 갈치, 병어, 준치, 아구, 우럭.'

'호남의 심장' 전남 목포가 자랑하는 9미(味) 음식 재료다. 오로지 수산물이다. 1897년 개항 이후 일제 식민지 수탈을 겪으면서도 전국 3대 항 6대 도시로 번창한 목포는 물산의 집산지다. 남도 내륙 구석구석을 적시고 굽이친 영산강은 목포를 만나고서야 바다로 흘러간다. 예부터 영광, 신안, 무안, 영암, 해남, 진도, 완도 등 전남 서남해 제철 수산물은 '바다와 강물의 길목 요충지' 목포를 거쳐 전국으로 뻗어나갔다. 지난해 목포수협 위판액은 1835억원. 목포수협 설립 81년 만에 최대 성과로 전국 수협 중 자연산 수산물 기준 위판액 2위였다. 목포가 전라도 음식의 자존심을 지키는 밑바탕 힘은 이처럼 맛의 근본인 싱싱한 해양 식재료에 있다.

전남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가 바다를 가로질러 미끈하게 뻗어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가 바다를 가로질러 미끈하게 뻗어 있다. 지난해 9월 26일 모습. 왼쪽 유달산과 다리가 끝나는 오른쪽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가 내달 19일 개통한다. 맛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목포의 대표 관광 상품이 될 전망이다. /전남도
목포는 9미를 기반으로 올해 맛의 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맛의 도시 목포' 원년의 해다. '9미'로 전 국민의 '구미(口味)'를 당기겠다는 전략이다. 내달 1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맛의 도시' 선포식을 열고 맛과 관광을 접목한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노기창 시 홍보과장은 "목포가 가진 맛의 경쟁력을 높여 여러 고장에 빼앗긴 맛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목포시는 지난해 10월 보건위생과, 공보과, 수산진흥과, 관광과를 모아 '맛의 도시 전담반'을 발족했다. 과거 개항장 목포는 봉건 양반사회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남도의 다양한 섬사람들이 몰려든 신천지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발전이 뒤처진 '슬픈 항구'로 머물러 있었다. 2001년 12월 서울과 무안을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때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과 경기, 충청 등에서 관광객이 고속도로를 타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미약한 관광 인프라가 발목을 잡았다. 김만수 시 관광과 관광마케팅담당은 "올해는 옛 명성을 되찾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목포에 '관광 훈풍'이 분다. 내달 19일에는 유달산 정상부에서 바다를 가르며 고하도를 잇는 해상 케이블카가 개통한다. 케이블카 개통을 전후해 유달산 봄축제가 상춘객을 맞이한다. 맛과 어우러지는 관광 상품이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11일 이틀간 목포시 초대로 목포를 찾은 국내 유명 요리사들은 '목포의 맛'을 맛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 '미쉐린'에서 별점을 받은 요리사 임정식·이충후·김성운·이형준씨는 홍어삼합, 졸복탕, 우럭간국, 모둠회 등을 맛보고 "신선하다. 맛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달 맛의 도시 선포식에 목포 9미를 활용한 새로운 음식 4가지 중 2가지를 공개한다.

목포 9미 음식은 냉동 보관 기술로 계절과 상관없이 즐긴다. 자연산 수산물이 가장 맛이 오르는 제철로 보면, 봄에는 준치무침·꽃게무침(암꽃게)에 이어 여름 민어회·병어회(찜)가 식탁의 중심을 차지한다. 또 가을 찬 바람이 불면 세발낙지·꽃게무침(수꽃게)·갈치조림, 겨울철에는 홍어삼합·아귀탕(찜)이 맛의 절정에 이른다. 양식 우럭으로 조리한 맑은탕(우럭간국)은 사시사철 맛을 유지한다. 9미 식재료 중 세발낙지·홍어·민어·병어·먹갈치는 목포가 사실상 최대 주산지다.

목포시의 '맛의 도시'팀은 요즘 수시로 회의를 한다. 9미 활용 새 음식 발굴, 대표 으뜸 맛집 100곳 선정, 선포식 개최, 2019 목포 손맛(手味) 요리법 영상 공모전 진행, 원도심 특화 음식거리 조성, 음식점 서비스 개선, 종류별·권역별 유명 음식점 거리 정보 책자 발간, 골목길 맛집과 연계한 도보여행 코스 개발 등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대표 으뜸 맛집 100곳의 경우, 느슨한 기준으로 뽑는 과거 모범 음식점과는 성격이 다르다. 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외부 음식 컨설팅 전문 기관에 선정을 의뢰했다. 애초 '관(官)의 입김'이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한다.

여전히 '남행열차' 하면 부산보다는 목포를 떠올린다. 남행의 종점은 목포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목포는 호남선과 국도 1·2호선이 출발하는 기점으로 더는 종착지로서 먼 곳이 아니다"라며 "천만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거듭나 목포 관광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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