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 주는 前남편·아내 처벌해달라" 6번째 집단고소

남정미 기자 손호영 기자
입력 2019.03.15 03:02

이혼 부모 모임, 총 460명 고소
"고의로 돈 안 주고 아이 안 만나… 이게 아동학대 아니고 뭐냐"

부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40)씨는 남편의 외도로 2014년 이혼했다. 임대아파트에서 15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의료 급여를 받고 있지만, 전 남편은 지금까지 법원에서 명령한 양육비 4600여만원 중 530만원만 줬다. "돈이 없어 못 준다"고 했지만, 해외여행을 다녔다. 김씨는 "전 남편이 양육비는 물론이고 면접 교섭도 거부해 두 딸이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게 아이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아니고 뭐냐"고 했다.

김씨와 처지가 같은 엄마·아빠 모임인 '양육비 해결 모임'은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전 배우자 108명을 아동 학대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냈다. 이번이 여섯 번째로 그동안 전 배우자를 총 460명 고소했다. 이들은 "고소해봤자 유죄판결 나오지 않는다는 건 안다"고 했다. 현행법은 아동 학대를 '양육자의 행위'로 한정하고 있다. 양육하지 않는 사람은 고의로 양육비를 안 주거나 아이들을 안 만나도 아동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 모임 관계자는 "법의 허점을 세상에 알려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2002년 이혼한 정모(45)씨도 당시 세 살, 여섯 살이던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위자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전 남편은 월 400만~500만원 수입이 있었지만 "양육비를 아이들에게 쓸지 네가 쓸지 어떻게 아느냐"며 버텼다. 김씨는 "17년을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살며 두 아이를 키웠다"고 했다. 회원 중에는 남성도 있다. 박모(44)씨는 사치가 심한 전처와 2017년 이혼한 뒤, 전처가 몰래 쓴 카드 빚 수천만원을 갚으며 초등학생 셋을 키우고 있다. 박씨는 "양육비 줄 돈 없다는 전처가 소셜미디어에 해외여행 사진과 명품 가방 사진을 띄워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면서 2015년 '양육비 이행 관리원'을 세웠다. 작년 말까지 4년간 관리원이 나서서 404억원을 대신 받아줬다.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우 처벌이 무겁다. 프랑스는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가족 유기 범죄'로 보고 징역 2년 또는 1만5000유로 이상의 벌금형을 내린다.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도 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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