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정복 못한 500m도 강자… '쇼트트랙 완전체'가 떴다

윤동빈 기자
입력 2019.03.15 03:02 수정 2019.03.15 09:47

1000·1500·계주·3000m 金… 세계선수권 4관왕 임효준
올시즌 월드컵 500m서 금2·은1… 우다징 제치고 한국 선수 첫 1위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 10일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1000·1500 ·3000m 수퍼파이널(이상 개인) 및 5000m 계주를 휩쓸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가 전 종목을 석권한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빅토르 안(안현수·34)이 4관왕을 차지했다.

남자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친 것은 500m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건 임효준(23·고양시청)의 역주 때문이었다.

14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임효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딴 금메달 4개를 펼쳐 보이며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임효준이 14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4개를 왼팔에 걸고 코너링 자세를 취하고 있다.이미지 크게보기
금메달 4개 걸고 '금의환향' -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임효준이 14일 서울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4개를 왼팔에 걸고 코너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임효준은 "네 개의 메달 중 '어드밴스'로 결승에 진출해 극적으로 따낸 1000m 금메달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어드밴스는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불이익을 받는 선수의 억울함을 줄이기 위해 심판들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구제해주는 제도다. /장련성 객원기자
"5차 월드컵 대회에서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쳤어요. 한 번만 더 크게 넘어지면 재활에만 1~2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당장 수술하자고 했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은 무조건 출전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이제 끝났으니 수술 날짜 빨리 잡아야죠."

임효준은 평창올림픽에서 1500m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계주만 우승했을 뿐 개인 1000·1500m에선 은메달에 머물렀다. 임효준은 "아쉬움이 너무 컸기에 올해 세계선수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임효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렸다. 훈련 도중 "형 그러다 죽어"란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500m 훈련에 많은 비중을 뒀다. 중장거리 전문이던 그가 단거리에 승부를 건 이유는 분명했다.

"제 롤 모델이 (안)현수 형이에요. 역대 세계 최고 선수잖아요. 다른 나라 수준이 높아져 현수 형처럼 세계선수권 5연패(連覇)는 쉽지 않아요. 제가 현수 형처럼 레전드가 되려면 한국 선수가 아직 이루지 못한 올림픽 500m 금메달밖엔 없다고 생각했죠."

한때 한국 쇼트트랙 기둥이었던 빅토르 안은 500m에선 올림픽,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한 번도 딴 적이 없다가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금메달을 땄다.

임효준은 지독한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허리·손목 골절, 발목 인대 절단 등 몸에 칼을 댄 수술만 7번인데도, 좀 나아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얼음판으로 달려가 독종이란 소리를 들으며 훈련에 매달렸다. 오히려 그 때문에 빙판 밖에선 다른 선수들 경기 영상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엔 500m 세계기록(39초505) 보유자인 중국의 우다징(25)의 경기 영상을 수백 번 돌려봤다고 한다.

"단거리 종목은 1000분의 1초가 승부를 좌우해요. 우다징은 첫 코너링까지 발을 내딛는 횟수, 스피드를 최고조로 올리는 구간 등이 경기마다 컴퓨터처럼 똑같더라고요. 아예 그 주법을 그대로 복사해서 연습했어요."

임효준은 이번 시즌 월드컵 500m에서 우다징을 제치고 역대 한국 남자 선수론 처음으로 시즌 랭킹 1위에 올랐다. 임효준은 "내가 올 시즌 1위를 했지만, 우다징이 여전히 최고 같다"며 "그의 영상을 수백 번 보다 보니 저마저도 감탄할 수밖에 없어 팬이 됐다"고 했다.

임효준이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 꿈을 이루려면 넘어야 할 경쟁자가 한 명 더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500m 우승자인 황대헌(20·한국체대)이다. 임효준과 황대헌이 함께 하는 레이스를 보면 둘이 몸싸움을 하다 넘어지지 않을까 할 정도로 격렬하다. 하지만 정작 레이스 후엔 서로 얼싸안고 포옹을 하는 모습이 '아까 그 선수들 맞나' 할 정도다.

"대헌이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우리끼리 빙판 위에선 제대로 경쟁하고, 밖에선 형 동생처럼 잘 지내자고 약속했죠. 빨리 시간이 지나 나와 대헌이가 2022년 베이징에서 서로 금메달 다퉜으면 좋겠어요."



조선일보 A28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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