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유보라 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입력 2019.03.15 03:02
유보라 닛산 크리에이티브 박스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스티브 잡스가 애용하던 검정 터틀넥의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본 디자인의 세계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1월 아사히신문을 통해 일본 산업의 성과를 문화로 격상시키기 위해 '디자인 뮤지엄'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본의 건축가와 크리에이터들을 일깨웠다. 도쿄 미드타운에 있는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같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그의 생각을 실체화한 공간이다. 다양한 디자인 기획과 전시는 이곳을 찾는 많은 이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원자폭탄 피폭으로 부모를 잃은 이세이 미야케는,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이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디자인은 상업과 혁신을 연결시킨다"는 그는 신기술과 신소재를 패션에 도입했다. 30t의 롤러 압력으로 폴리에스터 원단에 주름을 잡아 가공한 그의 디자인 '플리츠 플리즈'가 대표작이다. 또 일본 고유의 미학인 '오리가미(종이접기)'를 가미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창조했다. 파괴된 고향을 떠나 평생 아름다움을 좇은 청년의 디자인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고, 다음 세대를 위해 창조의 영감을 주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오늘날 디자인은 심미성을 넘어선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생각을 깨우는 철학이 돼가고 있다. 아름다움으로 잠시 눈길을 빼앗을 수 있지만, 공감이 되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산다. 그리고 철학은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문화의 기반이 된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이 확립한 애플의 기업 철학과 문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플 대학을 세웠다. 타계한 지 8년 지난 지금도 애플은 그가 만든 철학을 유지하며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21세기 우리 세대가 가진 문화유산, 사고와 철학이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떠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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