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헤이그특사에 전한 마지막 말 "내가 살해돼도, 너희는 특명을 다하라"

김성현 기자
입력 2019.03.15 03:02

독립운동사연구소 자료집서 1907년 이상설·이위종이 했던 로이터 통신 인터뷰 내용 공개

"내가 살해당해도 내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마라. 너희들은 특명을 다하라. 대한제국의 독립 주권을 찾아라."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한 이준(왼쪽부터)·이상설·이위종. /국사편찬위원회
고종(高宗)이 1907년 6월부터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특사단으로 이상설·이준·이위종을 파견하면서 건넸던 말이 112년 만에 공개됐다. 독립기념관 산하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는 14일 발간한 '독일어 신문 한국관계기사집(기사집)'에서 이위종·이상설의 1907년 로이터 통신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인터뷰는 1907년 7월 25일자 독일 일간지 알게마이네 차이퉁에도 게재됐으며, 최근 '기사집' 작성 과정에서 이 기사가 발견됐다. 고종의 전언이 포함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위종은 "황제의 마지막 전언(傳言)"이라며 고종의 말을 전했다. 이위종과 이상설은 '일본의 보호국'이란 이유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참석을 거부당한 뒤 1907년 7월 미국에서 외교 활동을 벌이기 위해 떠나기 직전 영국에서 로이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준 열사는 같은 달 14일 헤이그에서 순국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907년 7월은 헤이그 특사단 파견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일본이 전방위적으로 고종 퇴위 압력을 가하던 시점"이라면서 "당시 고종의 심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번 '기사집'에는 일제강점기인 1924년 5월 3일 독일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기자가 순종(純宗)을 인터뷰한 기사도 실려 있다. '오늘의 서울, 황제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독일 기자는 순종에 대해 "80세 정도의 깡마르고 햇빛을 보지 않은 얼굴의 노인이었다. 황제는 그저 아편을 피우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라고 묘사했다. 인터뷰 당시 순종은 50세에 불과했다.

당시 기사는 또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수염을 만지면서 힘없는 눈으로 나를 주시했다. 통역자가 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는 듣는 것 같지 않았다"면서 "황제는 너무 말랐는데 마치 해골을 보는 것처럼 혹은 아편을 피우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인터뷰였지만 당시 독일 기자의 질문에 순종의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조선일보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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