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까지 살뜰하게… 엄마처럼 보살필게요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19.03.15 03:02

[여의도순복음교회 청소년 미혼모 쉼터 '바인 센터']
기형아 검사 등 산전 검사해주고 직원들 숙식하며 산모·아기 돌봐

아기 침대 위에는 공룡 캐릭터 인형 모빌이 매달려 있고 이불엔 예쁜 동물무늬가 그려졌다. 4~5평 규모의 원룸인 이 방엔 화장실·샤워시설도 갖춰졌다. 출산을 준비하는 보통 가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관 출입구에 '바인(Vine·포도나무) 센터'라는 명패가 붙은 이곳은 미혼모와 아기들의 쉼터. 이달 말 찾아올 '손님'들을 맞기 위해 만반의 준비 중이다. 8층짜리 다세대주택 건물의 4~8층을 사용하는 바인 센터는 24세 이하 미혼모가 출산을 전후해 최대 1년간 머물며 재도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출산 전에는 '모자실'이란 이름의 방에서 산모 2명이 함께 생활하다가 아기를 낳으면 '산후회복실'로 옮긴다. 한 번에 최대 15명의 산모가 머물 수 있다. 4층엔 공동 거실, 8층엔 공동 식당이 마련돼 영양사가 식사를 책임진다. 또 직원들이 이 건물에서 함께 숙식하며 산모와 아기를 돌본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엄마와 아기는 출산을 전후해 건강 검진과 기형아 검사 등 산전(産前) 검사와 산후 조리는 물론, 출산 후엔 엄마와 아기가 함께 생활하면서 엄마가 자립할 수 있는 진로 교육 등도 진행하게 된다.

서울 영등포구 미혼 모자 가족 복지시설 '바인 센터'에서 이희숙(왼쪽) 센터장과 직원이 '산후회복실' 침대를 정리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혼모는 2만2000여명. 그중 청소년이 2100여명, 서울 거주자는 270여명으로 파악된다. 현재 서울에는 미혼모 복지시설이 6곳, 117명이 정원이다. 바인 센터는 그 중 청소년 미혼모의 일부를 맡는다. 이희주 센터장은 "미혼모는 여러 사정으로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한마디로 친정 엄마처럼 보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인 센터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취약계층 청년의 자립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여의도청년장학관(이하 장학관)의 산하 기관이다. 지난해 초 설립된 장학관의 첫 사업은 만 18세가 넘어 보육원을 나오게 된 청년들의 주거 지원이었다. 이들이 취업 등 자립을 준비하는 1년 동안 거처를 제공했다. 작년 13명의 남녀 청년이 입소해 10명은 독립했고 현재 2기 입소자를 모집 중이다. 청년들은 인근의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며 진로를 개척했다. 장학관은 대상을 보육원 퇴소 청년에서 취약계층 전반으로 넓혔다. 올해부터는 직업전문학교가 기숙사 건물을 제공한다. '비전 센터'로 이름붙인 기숙사는 남학생 23명, 여학생 12명이 생활하며 자립을 준비하게 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장학관을 시작한 것은 이영훈 담임목사의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과거 개신교계가 학교와 병원을 지어 근대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웬만한 복지는 국가가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제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웃을 적극적으로 찾아 도와야 한다는 게 이 목사의 지론이다. 장학관이 최약계층 청년 지원에 나선 것도 기존의 법과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찾아보면 현재도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지원 제도는 꽤 갖춰져 있다. 그러나 부모와 가족의 지원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빈틈과 사각지대가 많다. 이 때문에 장학관은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서울시, 영등포구 등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며 기존 지원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도우면서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다. 장학관 관계자는 "직업교육학교가 많은 당산동 일대를 '청년자립벨트'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청년들이 '포기'와 '절망'을 호소하는 시대다. 이들이 다시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도록 교회가 돕고 싶다"며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이며 한국 개신교계가 나서서 전국적으로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7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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