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가구? 예술입니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19.03.15 03:02

설치 미술 주요 소재로 각광… 관객 참여 위해 배치하기도

미술 전시장에 침대 하나가 놓여 있다. 관람객들이 그 위에 누워 뒹굴며 사진을 찍는다. 1969년 존 레넌·오노 요코 부부가 침대에 누워 펼친 반전 평화 시위 'Bed-ins for peace'를 따라 할 수 있게 마련된 침대다. 침대 회사 시몬스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근까지 열린 '이매진 존 레논' 전시장에 일부러 이 침대를 협찬했다. "전시장 내 침대를 통해 수면과 평화의 이미지를 남기고자 했다"고 한다. 침대가 미술판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 전달의 일환이다. 에이스침대가 대구에 있는 갤러리분도와 23일까지 협업전 '일상의 풍경'을 여는 이유다. 회화(이명미)와 미디어아트(임창민) 등 현대미술 작품을 고급 가구와 함께 배치해 예술성을 배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2015년 아트스페이스벤 '아트&라이프' 전시 이후 지난해 경기 광주 영은미술관 '삶 속의 예술' 등 전시를 지속하고 있다. 관계자는 "조만간 아트페어 전시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Tracey Emin
피로한 관람객에게 침대는 참여(수면)를 유도한다. 지난해 서울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 '리:센스'전에서도 불면증을 표현한 박혜수 작가의 침대 4개(설치작 'H.E.L.P')가 등장한 적이 있다. 주변 회사원들이 잠깐 들러 낮잠을 자고 가거나, 관람객이 종일 누워 있어도 미술관 측은 제지하지 않았다.

가장 내밀한 영역의 가장 공개적 활용이라는 점에서 '침대 전시'의 속성은 예술과 맞닿아 있다. 아트컨설턴트 김주원(47)씨는 지난달 책 '침대는 예술이다'를 내놨다. 침대 위에 추상화를 입힌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침대'나 구겨진 이불, 담배꽁초, 속옷 등이 어지럽게 널린 트레이시 에민의 설치작 '나의 침대'〈사진〉 등 일상의 침대를 예술로 구체화한 6인의 예술가를 다뤘다. 김씨는 "침대는 인간과 가장 가까이 존재한 사물로서 시대별 관습·문화를 고발하고 보여주는 인류 문명의 생생한 증거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A24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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