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감사원'은 '청와대 변호원'으로 改名을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19.03.15 03:16
감사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와대 사람들이 정부 출범 이후 작년9월 말까지 주말·공휴일·심야 같은 사용 제한 시간에 3억원 가까운 업무추진비를 2461차례 썼는데 "살펴보니 단 한 건도 문제없다"는 것이다. '2461대 0'이다. 세계에 이렇게 완벽한 권부(權府)는 한국 청와대밖에 없을 것이다. 주점, 고급 식당, 백화점에서 쓴 업무추진비도 "문제없더라"고 했다.

▶감사원은 '고급 일식집에서 1인당 10만원짜리를 먹은 것은 과하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외국 사람 예우도 해야 하고 보안도 생각해야 하는 청와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술집에서 쓴 건 문제없냐'고 하자 "청와대는 심야 근무가 많아서 허용된다"고 했다. 경호원들이 사우나에서 사용한 것은 "카드 결제를 차단 못 한 카드사 문제"라고 했다. 김영란법 위반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청와대 해명 그대로다. 이쯤되면 감사가 아니라 변호다. 

▶정부 기관 직원들도 일하다 보면 고급 식당도 가고 주점도 가게 된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특수한 사정도 있는 법이다. 감사원이 이런 사정을 감안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잣대는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해야 한다. 감사원은 현 정부 출범 후 KBS 이사들을 쫓아낼 때 그 첨병 역할을 했다. 지금 청와대 업무추진비와 똑같은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한 이사가 2년간 327만원, 한 달 평균 13만원 정도의 업무추진비를 '부당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백미는 그 '부당 사용' 중에 '김밥 가게 2500원' 이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신 것도 부당 사용이라고 했다. 그 이사는 쫓겨났다. 그래놓고 그보다 훨씬 심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문제는 극구 변호한다. 이런 감사원이 '정부 기관'이라면서 권세를 부리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네 번 감사했는데 할 때마다 결과가 바뀌었다. '아무 문제가 없다'부터 '문제투성이'까지 극과 극을 오가며 춤을 추었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정도가 있다. 마치 광대들이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 같다. 아마도 정권이 바뀌면 새 주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지금 정권의 '김밥 2500원'을 찾아낼 것이다.

▶'흥신소'도 됐다 '변호사'도 됐다 하는 감사원을 두고 국회 이관 같은 개선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헌법에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돼있다. 아예 이름을 '청와대 변호원'으로 바꾸면 어떨까 한다.



조선일보 A38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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