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 제갈량 신드롬의 속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3.15 03:11
"주유가 있는데 왜 제갈량을 세상에 나오게 했습니까(旣生瑜, 何生亮)…."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조조(曹操) 군대에 맞서 적벽(赤壁) 싸움을 치른 주유(周瑜)가 동맹군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시기하며 내뱉은 유명한 탄식이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이다. 둘은 생전에 만난 적이 없다. 제갈량은 이 전투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중국 역사에서 퍽 유명한 이 싸움의 진정한 주역은 주유다.

제갈량이 싸움을 잘했다는 말도 거짓이다. 그는 유비가 죽은 뒤 벌인 여러 차례의 북벌에서 사마의(司馬懿) 등에게 우롱만 당했다. 바람과 비를 부른다는 호풍환우(呼風喚雨)의 경지에 닿았다는 제갈량의 실제 전쟁 지휘 능력은 꽝이다. 그럼에도 유비의 촉한(蜀漢)을 정통으로 삼아 이야기를 펼치는 소설에서 제갈량은 끊임없이 꾸며진다. 전쟁 승리의 화신, 모든 이를 압도하는 최고 전략가, 뛰어난 정치인으로 말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실제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제갈량은 진지한 성품이 돋보였다. 조심하며 삼가는 근신(謹愼), 임금을 향한 변치 않는 충절(忠節), 백성을 돌보는 애민(愛民)의 지향도 뚜렷했다. 중국의 지식 전통인 '우환의식(憂患意識)'의 흐름이다. 유가(儒家)에서 가장 뚜렷하게 등장하는 이 경향은 쉽게 풀면 우국충정(憂國衷情)이다. 제 개인의 수양을 넘어 국가와 사회, 민족의 이익에 헌신하려 걱정[憂患]에 젖는 지식인의 마음과 자세다. 공자(孔子)에서 비롯한 이 같은 유가의 전통적 흐름은 일반 지식인의 사유 형태에서도 풍부하게 드러난다. 그 상징으로 가장 내세울 만한 인물이 바로 제갈량이고 중국 대중의 정서는 따라서 그를 늘 미화한다.

개혁개방 이후 거세게 일어선 중국의 동력 중 하나가 어쩌면 이런 지식인들의 우환의식이다. 그러나 시선이 제 나라, 민족에게만 지나치게 묶여 있다. 이제는 이웃인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를 위한 이바지에 걱정의 에너지를 쏟으면 어떨까. 중국발 미세 먼지를 겪으며 품어본 생각이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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