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주택자와 전쟁'한다며 국토부 장관은 3주택자라니

입력 2019.03.15 03:19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살고 있는 집을 딸 부부에게 분산 증여하며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원래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3채(분양권 포함)를 갖고 있었는데 장관으로 지명된 후 급하게 보유 주택 수를 줄이려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증여세도 6000만원가량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세종시에 펜트하우스급 복층 아파트(155.87㎡) 분양권을 갖고 있다. 서울 잠실에선 재건축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구입해 15년 사이 10억여원의 차익을 올리고 있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자기 돈을 적게 들이기 위해 흔히 쓰는 '갭 투자'의 전형이다. 다주택자에다 꼼수 증여, 재테크 투자까지 한 인물을 다른 곳도 아닌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 자리에 발탁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만은 반드시 잡겠다는 이 정부엔 다주택자 장관들이 유난히 많다. 첫 내각의 18개 부처 장관 중 10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1기 내각 장관 17명 중 다주택자가 7명이었던 것보다 많다. 1기 내각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에 고가 아파트를 2채 소유한 부총리도 있었고 3채를 보유한 장관도 여럿이었다. 비판이 일자 몇몇 장관은 집을 파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이번 개각에선 7개 부처 중 4명이 다주택자로 비율이 더 높아졌다.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는 집이 3채이고, 행안부 장관 후보는 아파트 2채와 오피스텔·상가 등을 갖고 있다. 과기부 장관 후보는 주택 3채를 포함, 총 4채의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폭등한 집값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 세대나 무주택 서민들의 좌절감은 클 것이다.

다주택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전근이나 자녀 유학, 집이 팔리지 않는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며 다주택자들에 대해 양도세와 종부세를 중과하고 주택 담보 대출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쉴 새 없이 내놓았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삼아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집중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국토부 장관은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며 집을 팔라고 공개 압박까지 했다.

이 정부는 출범 당시 인사의 5대 원칙을 제시하며 "부동산 투기 관련자는 장관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 놓고 '갭 투자'까지 한 3주택자를 국토부 장관에 앉히고 다주택자들을 골라 장관에 기용하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이 또 없다.


조선일보 A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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