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탐험가가 전하는 침묵 대면법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3.15 06:00
자기만의 침묵
엘링 카게 지음 | 김민수 옮김 | 민음사 | 192쪽ㅣ1만3000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침묵이 있다."

노르웨이 탐험가 엘링 카게는 1990년 설상 스쿠터도 개 썰매도 식량 저장소도 없이 세계 최초로 북극에 도착했다. 1993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혼자 걸어서 남극에 도착했고, 1994년에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남극점, 북극점,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그는 ‘타임’지로부터 "모험의 한계를 밀어내고 있는 현대의 탐험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가 한계 상황에서 마주한 것은 침묵의 순간들이다. 도시에선 전화벨과 문자 메시지가 울리고, 기계가 윙윙거리고, 누군가 말을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남극에선 달랐다. 자연은 침묵을 가장해 말을 건냈다. 조용해질수록 더 많은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자신이 속한 세계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가 "당신이 세계 속으로 들어갈 때 세계는 사라진다"고 했듯, 마치 자신을 둘러싼 환경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존재의 결정체와도 같은 그 완결한 순간의 경험은 일상에 돌아온 후에도 잊히지 않았고, 그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가 됐다.

그는 남극에서의 경험담에 비추어 철학, 음악,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어떻게 침묵을 정의하고 자기만의 침묵을 만들어 냈는지 탐색했다. 또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존 케이지, 뭉크, 올리버 색스 등 명사들이 어떻게 침묵을 추구했는지 소개한다. 책 중간중간 저자가 직접 찍은 극지의 사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도시에선 침묵을 만들어내야 한다. 너무 시끄러울 때는 음악의 볼륨을 키우는 것도 방법. 친숙하고 단순한 음악일수록 효과가 있다. 공항 활주로 옆에서도 침묵을 경험할 수 있다. 노르웨이 격언에도 있듯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느냐가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다.

세상을 차단하는 것은 주변 환경에 등을 돌린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인생을 사랑하려고 애쓰면서 좀 더 뚜렷하게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따라서 침묵은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한 실제적인 원천이자, 심오하게 인생을 경험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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