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남성 같아 강간 인정 못해”...伊법원 판결에 거리 시위

박민수 인턴기자
입력 2019.03.14 13:30 수정 2019.03.14 14:02
이탈리아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이 너무 남성 같아 보인다는 이유로 법원이 강간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고 이에 수백명이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안코나 법원 앞의 시위대 /CNN
13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안코나의 항소 법원은 강간 사건의 피의자 남성이 피해자 여성을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않아" 했기 때문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내린 법관 세 명 모두 여성이었다.

사건의 2016년 1심 재판에서는 페루인 남성 두 명이 2015년 벌어진 강간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각각 징역 5년, 3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당시 20세였던 같은 페루 출신 피해 여성은 가해 남성 한 명이 망을 보고 나머지 한 명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는 그녀의 음료에 몰래 데이트강간 약물을 타서 먹인 후 정신이 혼미해진 그녀를 강간했다. 다수의 의사들도 그녀의 혈액 속 데이트강간 약물과 신체의 상흔이 진술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2017년 안코나 항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판결은 뒤집어졌다. 그리고 뒤늦게 밝혀진 법원의 판결 근거가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8일 이탈리아 대법원은 안코나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근거를 공개했다. 22페이지에 달하는 안코나 법원의 판결문에는 "피해 여성이 사건을 꾸몄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가해 남성이 피해 여성을 핸드폰에 "전혀 여성적이지 않고 오히려 남성적인 별명 ‘바이킹’"으로 저장했기 때문에 여성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이어 "파일 속 피해 여성의 사진이 이를 뒷받침한다"라고 덧붙였다.

피해 여성의 변호인 신지아 모리나로는 CNN에게 법원 판결의 근거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수백명의 시위대가 안코나 법원 앞에 모여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이 안코나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재판 관할을 안코나 법원에서 페루자 법원으로 변경 조치했다. 이어질 재판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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