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하늘색은 왜 하늘색이에요?

정욱재 뮤지션·환경활동가
입력 2019.03.14 03:01
정욱재 뮤지션·환경활동가
"지잉~~" 또다시 설정하지도 않은 알람이 울린다. 미세 먼지가 일상이 돼 버린 요즘, 수시로 울리는 이 재난 경보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떠난 뉴질랜드 지인이 잠시 서울을 찾았다. 역시 미세 먼지가 가득했던 날, 세종로의 직장인들 틈에 끼어서 우린 점심을 먹었다. "고향에서는 숨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어서 좋아요." 공기도 마음껏 마실 수 없는 세상이라니. 남태평양에 위치한 나라에서 온 그가 격하게 부러운 동시에 생전 처음으로 '이민'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 실행 불가능한 발상은 이제 막 "삼촌!"이란 발음을 해내는 조카를 볼 때마다 무럭무럭 자라난다.

어릴 적, 만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늘 상상했다. 2020년에는 하늘을 나는 호버보드와 버튼만 누르면 달려오는 무인 자동차가 일상이 돼 있을 것이라고. 안타깝게도 도시를 짓누르는 삭막한 하늘색만이 현실이 돼 버렸다. 암울한 미래 도시가 자주 등장하는 사이버 펑크 장르의 애니메이션이나 SF 영화처럼 말이다.

진심으로 파란 하늘이 그립기 시작했다. 원래 이맘때면 길든 짧든 자전거 여행을 즐겨 했다. 섬진강길 따라 청량한 봄의 하늘 아래를 달리며 마주했던 벚꽃과 도다리 쑥국이 그립다. 해 질 녘 한강을 달리고 이제 슬슬 반팔 티셔츠를 꺼내야 하나를 고민하며 들이켰던 맥주가 그립다. 하지만 이런 날 자전거라니. 새해 다짐했던 집 앞 호수공원을 매일 뛰는 것은 포기했다. 요즘 하늘은 신었던 운동화를 벗게 만든다. 이런 날 조깅이라니. 창밖을 보다가 급히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가는 버릇도 생겼다. 미세 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하루라도 더 기록하고 싶어서.

연구실 일정으로 이틀간 초등학생들과 놀던 중, 한 아이가 내게 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선생님, 그런데 하늘색은 왜 하늘색이에요? 하늘엔 하얀색이 더 많은데?" 적어도 "선생님 어릴 적 하늘은 푸른색일 때가 더 많았단다"라고 차마 대답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조선일보 A23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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