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알 수 없는 140분, 너무 힘줬네

황지윤 기자
입력 2019.03.14 03:01

[영화 리뷰]우상
불법 이주민·장애인의 性·정치… 韓 사회문제 부지런히 비추지만 주제도 메시지도 날카롭지 못해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가 꼬이고 또 꼬인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우상'(감독 이수진)은 '한공주'로 데뷔해 평단의 갈채를 받았던 이수진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한공주'에 나왔던 배우 천우희와 다시 호흡을 맞췄고, 한석규·설경구 같은 연기파 배우들까지 나와 기대를 모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기도 했다.

아들이 저지른 교통사고로 정치 인생 위기를 맞은 구명회(왼쪽)와 그 사고로 아들을 잃는 유중식. 이미지 크게보기
아들이 저지른 교통사고로 정치 인생 위기를 맞은 구명회(왼쪽)와 그 사고로 아들을 잃는 유중식. /CGV아트하우스

시민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구명회의 아들이 차로 들이받은 이는 유중식(설경구)의 지체 장애를 지닌 아들 부남. 부남은 죽고 현장에 있던 유중식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는 실종된다.

구명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 드라마 같았는데, 영화는 돌연 잔혹한 누아르 냄새를 풍긴다. 피비린내나는 스릴러 영화인가 싶다가 불법 이주민의 열악한 실상과 성적 욕구를 쉽게 해소할 수 없는 장애인 성(性) 문제까지 들춘다. 한껏 부풀어 뚜껑을 열었건만 안엔 뜻밖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용물이 담겨 있다. 144분 안에 먹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데다 양도 차고 넘친다. 먹기도, 버리기도 애매하다.

감독은 "우상을 좇다가 맹목적으로 변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도의원 구명회와 아들을 잃은 유중식의 갈등까진 쫓아갈 수 있지만, 느닷없이 등장한 최련화(천우희)의 살기 어린 모습은 생경하다. 플롯에 매끄럽게 녹아들지 않고 둥둥 뜬다. 감독은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낯선 형식에 도전했다"고 한다. 낯선 것은 맞는다. 낯섦을 통해 대체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그러나 알기 어렵다. 파괴된 이순신 동상이 나오는 장면은 반면 '우상에 대한 경계'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게 전달해 당혹스러울 지경. 비유라고 하기엔 노골적이고 고발이라고 하기엔 서툴다.


조선일보 A22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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