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햇살에게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9.03.14 03:08

햇살에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1950~ )

시가 나를 유심히 들여다보네. 너도 '먼지에 불과해' 귓속말하네. 맞아 나도 먼지지. 먼지가 해설을 쓰고 있다. 먼지 같은 해설을 쓰고 있지나 않은지. 불현듯 두려워진다. 마음을 가다듬어 곧추세운다.

맑은 아침 문득 자신이 먼지임을 꿰뚫어본 시인, 사람이 먼지라는 생각으로까지 데려간다. 다 먼지 같은 존재라고. 광활한 우주의 마당에서는 지구도 한 점 먼지 크기이거늘, 하물며 사람임에랴.

그렇다고 절망감에 짓눌려 살 필요는 없다. 의미 있는 깨침에 이르렀으니, 깨침을 준 햇살에 감사할 일이다. 사람이 먼지 닮은 존재라는 걸 잊었을 땐 기고만장, 허장성세를 부린다. 이런 걸 알면 절로 겸손해져 함부로 나대지 않게 된다. 먼지 같은 사람을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는 햇살. 고맙기만 하다. 감사가 앞설 때 하루는 좋은 생명의 양식이 된다.


조선일보 A34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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