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2兆 줄이자 경유소비 14% 급증… 미세먼지 재난 키운 꼴

전수용 기자 안준호 기자
입력 2019.03.13 03:00 수정 2019.03.13 08:11

[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22%가 경유車에서 배출되는데 환경영향 안따지고 세금 인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2일 소위원회와 전체 회의를 잇따라 열어 누구나 LPG(액화석유가스) 차량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3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택시, 렌터카, 장애인 차 등에만 허용되던 LPG 차량 규제가 37년 만에 완전히 폐지된다. 최근 수년간 LPG 업계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던 국회와 정부가 미세 먼지 사태가 심각해지자 경유차를 대체할 LPG 차량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LPG 업계 내에서도 "전면 허용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 0시부터 유류세를 15% 내렸다. 바로 이틀 뒤 정부는 국정 현안 점검 조정 회의를 열고 고농도 미세 먼지 관리 강화 대책을 내놨다. 공공 기관 차량 2부제를 13개 시도로 확대하면서 클린 디젤(경유차) 정책은 공식 폐기했다. 경유 사용 경감 방안을 잇따라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26일에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미세 먼지 등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경유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 경유 소비를 사실상 부추긴 직후부터 수도권 미세 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운행 억제, LPG 차량 전면 허용에 나서는 모순된 정책을 펴게 된 것이다. 중장기 목표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할 세금, 환경 정책이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추진되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유가 하락과 맞물려 효과 희석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영세 자영업자,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유가 하락기와 맞물려 정작 소비자는 인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유류세는 과거 국제 유가가 급등하던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내린 사례가 있다. 그해 3월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고, 7월에는 140달러까지 치솟던 때였다. 정부는 당시 유류세를 10% 내렸다.

이번 유류세 인하 카드는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일 때 나왔다. 정부는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유류세를 내렸지만 정작 유가는 폭락했다. 유류세를 내리던 날 두바이유는 배럴당 71달러로 떨어졌고, 작년 말엔 5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국제 유가가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에서 5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주유소 기름값은 큰 폭으로 올라 소비자 저항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효과도 없는 대책에 세금만 2조 날려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6개월간 2조원가량의 혜택이 등록 차량 2253만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차량 한 대당 1만5000원꼴이다. 국책 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가구당 혜택은 미미한 수준이어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세금 인하분이 주유소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일부 주유소 이익만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감시단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4개월째인 지난 5일 기준으로 유류세와 국제 유가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한 서울 주유소는 휘발유의 경우 84%, 경유는 70%뿐이었다. 유류세 인하는 승용차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층에 더 혜택이 돌아간다는 분석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포괄적인 유류세 인하보다 저소득층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