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떠나는 '뱀직구'

이순흥 기자
입력 2019.03.12 03:01

현역 최고령 투수 임창용 은퇴
방출된 후 원하는 구단 없자 24년 프로 마감 "시원섭섭해"

/KIA
어디로 휠지 모르는 궤적의 '뱀 직구'를 뿌렸던 남자, '창용불패(不敗)' 단 네 글자 수식어로 마운드를 장악했던 남자가 글러브를 벗었다.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43·사진)이 11일 에이전트사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을 통해 "24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창용은 "시원섭섭하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준 팬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한국 야구사에 손꼽히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그는 1995년 당시 해태(현 KIA)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했고, 1997년 마무리 투수로 전향해 수없는 기록을 썼다. 작년까지 KBO 무대에서만 정규 시즌 기준 760경기를 뛰며 130승86패, 258세이브(평균자책점 3.45)를 올렸다. 일본(2008~2012년·238경기)과 미국(2013년·6경기) 프로야구를 경험한 임창용은 프로 통산 1004경기에 출전했다.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타자와 달리 투수의 1000경기 출장은 더 어려운 기록이다. 매년 50경기씩 20년을 꾸준히 뛰어야 달성 가능하다.

임창용은 만 40세가 된 2016년 친정팀 KIA에 복귀하고 3시즌 동안 122경기를 소화했다. 전성기 시절 뿌렸던 150㎞대의 강속구는 아니지만 국내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였다.

지난해 선발·마무리를 오가며 37경기(86과 3분의 1이닝)를 던진 임창용은 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현역 최고령' 투수에 선뜻 손 내미는 구단도 없었다. 에이전트사 관계자는 "멕시코·호주 리그 등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임창용이 한국에서 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지난 1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등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임창용은 은퇴식 등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고향인 광주 팬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작별 인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24년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이젠 선수로서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선일보 A28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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