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中 통계만 외는 환경장관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9.03.11 03:12
김효인 사회정책부 기자
"중국은 총리·주석이 나서서 맑은 하늘 지키기 운동을 시행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미세 먼지 배출량을 43% 줄였습니다."

지난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제가 중국을 대변할 입장은 아니지만"이라며 한 말이다. 우리나라 수도권 등 내륙에 7일 연속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발령된 직후 정부가 마련한 '긴급 대책' 발표 자리였다.

조 장관은 그 자리에서 그동안 중국이 고농도 시 민간 2부제, 불법 미세 먼지 배출 사업장 즉시 폐업 등 다양한 미세 먼지 배출 감축 조치를 성공적으로 해왔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과 기자가 정말 궁금한 건 그런 얘기가 아니었다.

한 기자가 조 장관에게 "(중국이 그렇게 잘한다면) 왜 우리는 그런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중국처럼) 강력한 조치는 중국 같은 정치 상황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는 민주국가라 그렇게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조 장관이 언급한 중국의 정책 중에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전국 미세 먼지 배출원·배출량 파악이다.

조 장관은 "중국은 25개 자치구에 대해 연구 인력 2300여명을 동원해 지자체별로 미세 먼지 배출원·배출량을 파악하고, 지자체별 특성에 맞춘 저감 정책을 세웠다"고 했다. 우리도 못 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고농도 미세 먼지가 사회문제가 된 지 몇 년이 됐는데도 정부는 지금껏 국내 오염원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가령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이 공개한 2015년 국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통계를 보면 국내 미세 먼지(PM10) 총배출량은 23만3177t으로 2014년 배출량(9만7918t)의 2.3배에 달한다. 1년 새 배출량이 그만큼 급증했다기보다 그전까지 빠뜨렸던 비산 먼지, 생물 연소 등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빠진 요소가 많다고 본다. 불법 소각·사업장 배출량, 화학물질끼리 대기 중에서 만나 새로 만들어지는 2차 생성 물질 등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자꾸 '중국발 미세 먼지' 탓만 하지 말라"고 해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논리적으로 받아치지 못한다. 지난 7일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미세 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도, 우리 환경부는 과학적인 반론을 하지 않았다. 30년간 대기오염을 연구한 한 전문가는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중국과 협력해 인공강우 실험을 확대하고, 추경예산을 확보해 야외 공기 청정기 개발 등에 사용키로 했다. 중국과 힘겨루기에서 승기를 쥐려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실험보다 실태 파악을 위한 투자부터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조선일보 A34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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