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하루 40그릇만, 생쑥 날 때까지… 봄 한정판 맛집을 아시나요?

강정미 기자
입력 2019.03.09 03:00

봄 한정판 내놓은 서울의 맛집들

오직 봄, 한정된 기간에만 미식(美食)의 기회가 열린다. 지금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봄 한정판 메뉴'를 찾아 나선 이유다. 봄은 짧고, 미식의 감흥은 긴 법. 하루 20그릇, 50그릇 등 정해진 소량만 판매하는 일일 한정 맛집은 더 서둘러야 한다. 서울의 '한정판 맛집'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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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노디셰프의 '스트로베리피자'. ② 일본 교토 가정식을 재현한 서울 신사동 온기정의 '오반자이'. ③ 하루 50그릇 한정 판매하는 한육감의 '두툼고기덮밥'. ④ 서울 다동 '충무집'의 봄 대표 메뉴 '도다리쑥국'.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강정미 기자
하루 N그릇만 팝니다, 일일 한정 맛집

봄에 더 사랑받는 한정 메뉴들이 있다. 우선 지난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온기정. 일본 가정식 전문점인 이곳의 한정 메뉴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다. 교토 전통 가정식을 뜻하는 '오반자이(おばんざい)'(1만6000원)가 그 주인공. 일본에서 공수해온 그릇에 덮밥과 미소장국, 초밥, 튀김, 조림, 샐러드 달걀말이 등 밥·반찬 7접시가 한상 차림으로 나온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보니 점심과 저녁 10인분씩 하루 20인분만 한정 판매한다. 얼마 안 되다 보니 대기 손님들로 툭하면 '솔드아웃'. 세 번의 실패 후 네 번째 오반자이를 맛봤다는 대학생 김예은(22)씨는 "아기자기한 상차림이 예쁘기도 하고 귀한 대접을 받는 기분도 들고 잠시 일본 여행을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며 웃었다.

서울 청진동 디타워 5층 한육감도 일찌감치 주변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하루 50그릇만 판매하는 한정 메뉴 '두툼고기덮밥'(1만5000원)을 맛보기 위해서다. 오전 11시 30분에 점심 영업이 시작되지만 12시 직후면 마감되기 일쑤. 두툼한 한우 고기살 가득한 덮밥은 그냥 먹거나 비벼 먹거나 육수에 말아 먹어도 좋다. 이 가격에 든든한 한우 한 끼는 쉽지 않은 호사다.

색다른 한정 메뉴로 입소문 난 곳도 있다. 서울 신사동 형훈라멘의 '호르몬동'(대창덮밥·1만500원). 하루 40그릇(점심·저녁 각각 20그릇)만 판매하는 호르몬동은 달짝지근한 대창구이를 메인으로 파튀김, 달걀노른자와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봄 한정판 진미

'봄 도다리, 가을 전어'만큼이나 통용되는 말이 '봄 주꾸미, 가을 낙지'다. 산란기를 맞아 알이 꽉 찬 봄 주꾸미는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서울 대치동 오동도에서는 매년 봄 주꾸미가 메뉴판에 등장한다. 입구 수족관엔 어른 손바닥만 한 주꾸미가 꿈틀댄다. 여수에서 공수해온 봄 주꾸미들이다. 주꾸미 금어기(5월 11일~8월 31일)가 시작되는 5월 초까지 싱싱한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냉동 아닌 생물 주꾸미를 서울에서 맛볼 드문 기회. 금어기가 시작되면 주꾸미는 메뉴판에서 빠지고 여름 한정 메뉴인 붕장어와 하모가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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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3월 한 달간 맛볼 수 있는 서울 한남동 일호식의 '소고기육전과 냉이달래무침'. ② 서울 익선동 열두달의 딸기 시즌 메뉴 '루꼴라딸기피자'와 '딸기에이드' '딸기딸기생과일주스'. ③ 서울 대치동 오동도의 주꾸미 숙회. 밥알 같은 알이 꽉 찼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메뉴판엔 '주꾸미'(5만~9만원)라고만 쓰여 있지만 주꾸미 먹는 방법은 여러 갈래다. 숙회, 샤부샤부, 무침, 볶음 등 원하는 대로 요리해주지만 유연희(72) 대표와 단골들의 추천은 단연 숙회다. 주꾸미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고 곁들여 나오는 미나리무침과의 궁합이 좋아서다. 숙회로 나온 주꾸미는 살짝 데쳐 연한 핑크색이 돌고 부드러운 살은 쫄깃하고 달다. 반으로 잘라 놓은 주꾸미 머리엔 밥알 같은 알이 꽉 찼다. 토도독 씹히는 알과 크리미한 내장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 소주 한잔을 부른다.

오동도의 인기 봄 한정 메뉴 중 하나가 '새조개'(1인분 4만5000원)다. 원래도 귀한 몸이지만 올해는 더욱 구하기가 어렵다. 날마다 수급 상황이 달라지니 맛보기 위해선 미리 전화로 문의해보는 게 좋다.

경남 통영에선 봄이면 맛이 오른 도다리와 향긋한 쑥을 넣고 된장을 풀어 '도다리쑥국'을 끓여 먹곤 했다. 봄이면 이 맛 찾아 통영으로 향하는 사람도 많지만 서울 다동 충무집이 있어 먼 길 가는 수고를 덜어준다. 봄이면 '도다리쑥국'(2만원)이 메뉴판에 이름을 올린다. 배진호 대표(64)는 "생쑥을 채취해 쓸 수 있는 시기가 4월까지라 도다리쑥국이 가장 맛있는 건 3~4월"이라고 말했다. 도다리와 쑥 외에 다른 재료는 없고 조선간장으로만 간을 해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을 세트(2만5000원)로 맛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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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만 맛볼 수 있는 충무집의 '멸치회'/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하나 더 있으니 서울에선 보기 드문 '멸치회'(3만5000원)다. 남해안에선 봄이면 씨알 굵은 멸치를 회나 구이, 찌개로 즐기곤 한다. 충무집 멸치회는 멸치 살을 발라내 미나리와 쑥갓, 양파, 배를 넣고 고추장 양념에 무쳐낸다.

냉이, 달래… 봄나물 한정 메뉴

봄나물만큼 봄을 느끼게 하는 식재료도 없다. 봄나물로 맛을 낸 한정 메뉴들이 반가운 이유다. '매일 먹는 좋은 식사'라는 뜻의 일호식은 복합문화공간인 서울 한남동 사운즈한남의 퓨전 한식당이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한상 차림을 선보이는 곳으로, 2019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올 1월부터는 기존 메뉴 외에 월간 메뉴를 새로 도입했다. 한 달 동안 제철 식재료를 선정해 점심·저녁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④ 서울 한남동 일호식의 '냉이달래된장찌개'. ⑤ 4월까지 한정 판매하는 차이나플레인의 '냉이탕면'.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이미지 크게보기
④ 서울 한남동 일호식의 '냉이달래된장찌개'. ⑤ 4월까지 한정 판매하는 차이나플레인의 '냉이탕면'.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3월 월간 메뉴는 봄나물인 달래와 냉이를 주재료로 삼았다. 점심엔 '냉이달래된장찌개'(1만4500원), 저녁엔 '소고기육전과 냉이달래무침'(1만7000원)을 3월 한 달간 한정적으로 맛볼 수 있다. 냉이와 달래가 더해진 된장찌개에선 봄기운이 물씬 느껴진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구수한 된장과 어우러져 밥 도둑이 된다. 된장찌개 속 우삼겹도 묵직한 맛을 더한다. 저녁 메뉴인 소고기육전과 냉이달래무침은 안주로 제격이다. 육전을 한입 크기로 잘라 들깨양념장으로 무친 냉이달래무침을 싸먹으면 된다. 냉이와 달래의 향과 쌉쌀한 맛이 육전의 기름진 맛과 균형을 잘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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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플레인의 봄 한정 메뉴 '달래 류산슬'./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중식과 봄나물이 만났다? 서울 문정동 차이나플레인에선 봄 한정으로 '냉이탕면'(1만3000원)과 '달래 류산슬'(3만8000원)을 맛볼 수 있다. 냉이탕면은 사천탕면에 냉이를 더했고, 달래 류산슬은 기존의 부추 대신 달래를 넣어 만들었다. 봄나물 중에서도 냉이와 달래는 독특한 향과 식감으로 존재감이 강한 식재료다. 직장인 김영수(40)씨는 "냉이나 달래가 중식과 어울릴지 의심했는데 의외로 잘 어우러졌고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메뉴였다"고 했다. 차이나플레인 경영지원팀 한원 실장은 "냉이탕면은 얼큰하고 시원한 맛으로 특히 남성들에게 해장용으로 인기"라며 "냉이나 달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장년층 고객이 많아 봄 메뉴에 대한 호응이 높은 편이고 정해진 기간에만 먹을 수 있는 메뉴라서 일부러 또는 호기심으로 찾는 분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4월까지만 판매한다. 봄 한정 메뉴는 문정점을 비롯하여 차이나플레인 성수·국회·전경련·선릉역 등 모든 지점에서 맛볼 수 있다.

딸기는 막바지, 한정 메뉴는 서둘러야

봄을 대표하는 과일은 딸기지만 딸기의 제철은 봄에서 겨울로 당겨진 지 오래다. 겨울부터 시작된 딸기 철은 이달이면 막바지에 이른다. 딸기로 만든 한정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딸기 마니아라면 서둘러 한정 메뉴를 맛보는 게 좋다.

서울 익선동 한옥마을에서는 7곳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2019 익선동 딸기축제'를 열고 있다. 열두달에선 '루콜라딸기피자'(2만1000원)와 '딸기에이드'(6000원), '딸기딸기생과일주스'(6500원) 3종을 판매하고 있다. 2015년 익선동 초입에 문을 연 열두달은 제철 재료를 활용한 다이닝과 마켓이 합쳐진 복합 공간이다. 한옥을 개조한 아기자기한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루콜라딸기피자는 식사보다는 디저트로 즐기기 좋은 메뉴다. 바삭한 토르티야 도우에 제철 생딸기와 딸기 콤포트, 루콜라, 견과류, 마스카포네 치즈 등을 얹었다. 빨강, 초록 등 색색의 재료가 섞여 눈을 즐겁게 하는 건 물론 달달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도우를 말아 한입 깨물면 '단짠단짠'의 향연이 입안에 펼쳐진다. 수제로 딸기를 으깨 만든 딸기딸기생과일주스, 수제 딸기청과 탄산의 조화가 싱그러운 딸기에이드도 함께 맛보면 더욱 달콤해진다. 이달까지만 맛볼 수 있다.

서울 삼성동 마노디셰프의 '스트로베리피자'(2만5900원)도 딸기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입에 넣어야 할 메뉴다. 오징어 먹물로 만든 검은색 도우 위에 생딸기와 크랜베리, 블루베리, 루콜라, 크림치즈를 얹은 스트로베리피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마노디셰프의 봄 대표 메뉴다. 색의 조화와 압도적인 비주얼이 인증샷을 부른다. 직접 맛을 봐도 상큼한 베리와 싱그러운 루콜라,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치즈의 조화가 절묘하다. 올해는 스트로베리피자와 함께 스트로베리&아보카도 샐러드(1만9900원)가 출시됐다. 딸기와 아보카도, 마스카포네 치즈와 견과류 등이 들어간 샐러드는 상큼하면서도 고소해 건강한 한 끼로 즐기기 좋다. 스트로베리피자와 스트로베리&아보카도 샐러드는 3월 말까지 한정 판매한다. 삼성점 외 강남점, 잠실점, 명동점, 롯데몰수원점 등 마노디셰프 전 지점에서 맛볼 수 있다.
조선일보 B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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