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렬의 뉴스 저격] "盧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文대통령의 노동정책 반대했을 것"

곽창렬 사회정책부 기자
입력 2019.03.08 03:14

노무현 정부때 노동부 장관, 박근혜 정부때 노사정위원장… 진보학자 김대환 교수 인터뷰

"정부가 치밀하지 못했습니다."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탄력근로시간을 현재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데 합의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7일 본위원회를 열어 최종 의결하려던 계획은 노동계 위원인 비정규직·여성·청년 위원들의 보이콧으로 무산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도 취소됐다. 김대환(金大煥·70) 인하대 명예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와 경사노위가 사전에 비정규직·여성·청년 위원 상황을 살피고, 충분히 설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2일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이후 세 차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보충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12일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이후 세 차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보충됐다. /박상훈 기자
그는 2004년부터 2년간 노무현 정부 두 번째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10여 년 후엔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정(勞使政)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2015년 9월 당시 경총과 한국노총, 노동부 장관을 중재해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당시 합의문 2-9항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6개월(노사 합의)로 연장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4개월 뒤 한국노총이 백지화를 선언하자, 9개월 뒤 대타협 파기에 책임을 지고 그는 노사정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김 전 장관은 경사노위의 노사정 합의와 본위원회 의결 실패에 대해 "'문재인 정부 1호 합의'라며 정치적으로 크게 내세울 것은 못 된다. 과거 내가 노사정 위원장일 때도 합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도 야당은 깎아내리고 정부와 국회가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바람에 파기됐다. 이번에도 법 개정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면 쌍용차 해고자 복직 안 시켰을 것"

지난해 12월 김 전 장관은 한 포럼에 참석해 "어떻게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혹독하게 평가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잘해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1년 반 노동정책을 보면서 '준비가 안 됐구나' '저렇게 해서 의도하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노동계와 갈등도 감수하고 철도노조 파업 등에는 엄정하게 대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고 있다"고 했다.

―왜 현 정부가 노동계에 치우쳐 있다고 생각하나.

"작년에 정부가 쌍용차 해고자를 복직(復職)시키기로 했다. 이 건은 이미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최종 판단한 사안이다. 정권이 바뀐 것 말고는 별다른 사유가 없는데 정부가 이를 거스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등의 정책도 그렇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문 대통령의 이런 정책을 찬성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성공 못 했다고 보는 이유는.

"노동시장 유연 안전화와 사회 안전망 확충, 직업훈련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고용이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재정 풀어서 공무원 늘리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는 정책을 폈다. 이렇게 하면 긍정적 효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신분을 전환하면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가 차단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보는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고용악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고용 지표가 악화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실업자가 늘어나고 주부나 학생 등 전통적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취업 준비생이나 구직 단념자와 같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떨어지는 인구가 오히려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나.

"지금 청와대에는 종합적으로 문제를 꿰는 고용 전문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주도하니까 정치적이고 포퓰리즘 정책이 나오는 거다. 내각에 주도권을 주고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노동계 가까운 공익위원 영향 받았을 것"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했나.

"당시에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자율적 결정에 완전히 맡겼다. 노동계는 당연히 대폭 인상을 요구했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중간에서 인상률을 조절했다."

―문재인 정부도 위원회 자율에 맡기지 않았나.

"자율에 맡겼다고 볼 수 없다. '3년 내 1만원'을 목표로 일정 부분을 재정으로 보전하면서까지 첫해에 대폭 인상해 놓고 보자는 정부의 의지와 채근이 주효했다. 그런 분위기가 경영계만이 아니라 공익위원 다수에게도 먹혀든 것이다. 곧이어 공익위원들을 정부나 노동계와 가까운 인사들로 완전히 다 바꿨다. 최저임금이 올해 또다시 두 자릿수(10.9%)로 오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정책 집행 공직자는 학자가 아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선 안돼"

김대환, 참여연대 창설 멤버
盧 '대통령 못해먹겠다' 했을때 文수석 "김 장관, 좀 말려주세요"

2005년 3월 24일 청와대 회의실로 들어가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덕훈 기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은 진보적 노동경제학자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除籍)됐다. 젊은 시절에는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시민·사회 단체 활동을 통해 개혁 노선을 걸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참여연대 창설 멤버로 정책위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2003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간사로 발탁됐다.

2004년 2월 그가 노무현 정부 두 번째 노동부 장관에 임명되자 노동계는 진보학자인 그에게 크게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노동부 장관에 취임할 즈음에 공개적으로 "노동계는 기대를 낮추고 경영계는 우려를 낮춰 달라"고 말했다. 노동계 불법 파업에는 엄정하게 대처했고 철저히 원칙을 지킨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학자와 달리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인사 검증을 맡았던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현 대통령이다. 김 전 장관은 문 대통령에 대해 "정책과 관련된 사안에는 자기 의견을 거의 내지 않았지만 참모로서 성실하게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장관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집권 초기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문 수석이 그에게 "대통령이 그러시지 않도록 얘기를 좀 해달라"며 부탁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문 수석이 가까이서 보기에는 '노 대통령이 진짜 잘못하면 (대통령 자리를) 던질 거 같다'고 생각한 거 같다. 내가 문 수석에게 '알겠다' 하고 노 대통령에게 '그러시면 안 된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그저 웃기만 하더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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