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인 체류 허가한 지 6개월… 35%가 조선소서 일해

목포=권선미 기자 목포=이건창 기자
입력 2019.03.06 03:01

제주로 입국한 난민·인도적 체류자 414명 중 308명 제주 떠나
농장 62명·양식장 25명 취업… "난민 인정때까지 있고 싶다"

지난해 예멘인 561명이 무(無)비자로 제주도로 입국했다. 한국 사회에서 처음 대량 난민 문제가 논란이 됐다. 난민 반대 단체는 "예멘인들이 제주도를 벗어나면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을 것이고, 테러·범죄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예멘인들이 제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난민 심사를 했다.

예멘인 가운데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484명이다. 지금까지 2명이 난민으로 인정받고, 412명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업종에 제한이 있지만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 자격을 받으면 취업을 할 수 있다. 첫 난민 심사 결과가 나온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난민이나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은 예멘인 414명 가운데 308명이 제주도 밖에서 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예멘인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곳은 조선소였다. 취업 자격을 갖춘 사람 가운데 35%(145명)다. 예멘인 나디르 모하메드(가명·28)씨는 작년 5월 제주도로 입국했다. 그는 "전쟁터에서는 살 수가 없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한국 정부의 난민 심사에서는 떨어졌다. 대신 작년 말 1년 단위로 갱신하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모하메드씨는 현재 전남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 조립 공장 조수로 일하고 있다. 키 165㎝에 깡마른 체구인 그는 오전 8시부터 10시간 동안 쇠 파이프를 나르고 시간당 8350원을 받는다. 지난 3일 조선소 근처 식당에서 만난 모하메드씨는 "지난 2월 친구의 소개로 조선소에 오게 됐다"고 했다. 제주도로 입국한 직후 식당과 유리창 제조 공장에서도 일했다. 모하메드씨는 "업체 사장이 'X발, 개XX야'라고 욕을 너무 자주 해서 일을 관뒀다"고 했다.

예멘인 후세인 세바미(33)씨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세바미씨는 "이슬람교도이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 말고는 주변 동료와 생활하는 데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그는 기자를 만난 날 점심으로 삼계탕을 주문해 한 그릇을 비웠다. 조선소 관계자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멘인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소를 제외하면 농장 62명, 양식장 25명, 요식업 17명 등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취업 신고를 하지 않은 162명(39%)은 신고를 하지 않고 일하거나 육아·건강 등의 문제로 일을 못 하는 경우"라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신청자들은 이사를 간 뒤 2주 이내로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이들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갈 곳이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법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형사 처벌을 받은 예멘인도 없다고 한다.

본지 기자가 만난 예멘인들은 "난민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한국에 머물겠다"고 했다. 인도적 체류 자격을 얻은 교사 출신 야스민 알카피(여·29)씨는 2015년 다니던 학교가 공습으로 휴교하자 서울에 살던 사촌의 권유로 오빠와 함께 작년 5월 한국에 왔다. 알카피씨는 서울에서 한국인에게 영어와 아랍어를 가르친다. 오빠는 경기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다. 알카피씨는 "예멘에 돌아가는 순간 징집되는 오빠(30)를 비롯해 우리 남매가 살기 위해 난민 자격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예멘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난민 캠프에 포탄이 떨어지는 등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멘 상황에 따라 인도적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버펄로대 이민·난민연구소 소장 김욱수 교수는 "난민들은 주로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자리를 얻고, 사람이 빠져나간 지역에 정착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며 "이들을 위한 교육 등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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