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파업 지지' 선언하자 민노총 노조, 도서관만 다시 난방

서유근 기자
입력 2019.02.12 03:01

"서울대생이 우리 파업 지지했다" 노조 주장에 학생들 강력 반발
"학생 대변해야하는 총학생회 오히려 학생 상대로 칼 겨눈 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서울대 건물 20여 곳의 기계실을 점거하고 5일째 난방을 중단한 민노총 산하 서울대 시설 노조가 11일 오후 중앙도서관에 한해 난방을 재가동했다. 노조는 "서울대생들이 파업을 지지해,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선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학내·외 비판이 쏟아진 도서관을 제외한 다른 20여 건물에 대해서는 "임금 협상이 합의돼야 파업이 끝난다"며 난방 중단을 이어갔다.

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 분회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대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후 2시부터 중앙도서관 난방을 재개한다"고 했다. 지난 7일 난방을 중단한 지 97시간 만이다.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초 서울대 법인 소속 무기계약직 직원이 됐다. 노조원 120여 명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중앙도서관, 대학 행정관, 공학관 등 건물 기계실을 점거했다. 노조의 난방 중단으로 중앙도서관 이용자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학내 비판 여론이 많았지만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정의당 서울대 모임 등 파업 지지 학생들이 만든 '서울대 시설관리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대학과의 교섭 결과에 관계없이 도서관 난방은 정상적으로 가동해주겠다고 노조로부터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총학생회 결정에 대해 서울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노조를 지지하고 싶으면 전부 학생회를 탈퇴하고 지지하라' '학생을 대변하라고 뽑아줬더니 오히려 학생 상대로 칼을 겨눴다'며 총학생회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학생은 "학생을 인질로 삼은 협상에 절대로 굴복하면 안 된다"며 "도서관 난방을 다시 트는 건 반길 일이지만, 안 좋은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행정고시 1차 시험을 3주 앞둔 서울대생 노모(27)씨는 "학생을 볼모로 삼은 파업인데 학생회가 노조 입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해 버렸다"며 "학생회가 사회운동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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