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37] 김경수의 선택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2019.02.12 03:09

마리오 푸조 "代父"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여권이 김경수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판사를 '양승태 적폐도당'으로 매도하고 대대적 규탄 시위를 벌이고 탄핵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2심 재판관에게 '알아서 기라'는 경고일 것이다.

작년 지방선거 때, 당시 드루킹 사건 관련 혐의가 명백히 드러나다시피한 김경수를 더불어민주당이 경남도지사 후보로 공천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은 법과 국민 앞에 자숙하는 시늉조차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었다. 법이라든가 민주주의 프로세스라든가 정의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안중에 없는, 나라가 우리 것이니 무엇이 유죄고 무엇이 무죄인지 우리가 결정한다는 배짱이 아닌가.

성 판사의 판결문을 보니 성실하고 면밀하게 증거와 증언들을 검토해서 김경수의 유죄를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말미에 김경수의 행위가 '개인적 이익이 아니라 정당정책 실행, 국정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측면도 보인다'는 문구는 이해할 수 없다. 이 정권의 등장이 어떻게 김경수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며, 범죄행위도 정당정책에 따른 것이라면 무죄인가? 그리고 여론 조작에 의한 집권이 국정 안정이란 말인가? 그런 어불성설의 정상참작(?)으로 국기문란 사범에게 겨우 2년형을 내린 것인가?

대셜 해밋의 "몰타의 매[鷹]"나 마리오 푸조의 "대부" 같은 조직범죄 소설을 보면 범죄 조직은 범죄를 저지를 때 경찰에 범인으로 인도할 희생양(fall guy)을 정해놓는다. 그가 옥살이를 하는 동안은 조직이 그의 가족을 보살피고 그는 출소 후에 보상을 받는다.

김경수의 죄가 현 정권 탄생을 도운 공로이니 여권은 정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그를 필사적으로 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심한 경기 하락과 국고 낭비, 인사 참사, 온갖 월권, 안보 허물기로 인해 등 돌린 민심이 이 국기문란 범죄를 정죄하려 한다면 어느 시점에는 그에게 모든 죄를 씌워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벌써 대선 주자 '안, 이, 박, 김' 중에서 셋은 제거되었다는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 김경수는 이제 구치소에서, '주군'과 조직을 위해 한 몸을 공양(供養)할 것인지 댓글 조작의 전모를 깨끗이 자백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할 것인지를 놓고 무한히 번민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대한민국의 충신이 될 길은 아직 열려 있다.



조선일보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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