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입가경 한국당

입력 2019.02.12 03:19
자유한국당 돌아가는 모습이 점입가경이다. 대표 경선에 다시 나섰던 홍준표 전 대표가 후보 등록 포기를 선언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전당대회가 예정된 오는 27일에 미·북 2차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자 전대 일정 연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대를 보이콧하겠다고 했었다. 그런가 하면 선관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전대 출마 예정 8명의 주자 중 6명이 일정 조정을 요구하자 "전대를 연기하면 내가 선관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이 2, 3월 언저리에 열릴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일정을 핑계 삼아 선거 집단 보이콧 운운하는 것도 당당하지 못하지만,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 날짜를 조금 조정하자는 요구에 당 지도부가 담벼락처럼 맞서는 것도 답답한 일이다. 정권의 수많은 실정(失政)을 수수방관하다시피 하던 한국당이 자기들끼리는 벼랑 끝 싸움을 벌인다.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음모설을 들고 나와 국민을 아연하게 한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지난 39년간 6차례에 걸친 국가기관 조사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5·18 당시 군사정권 지도부조차 "들어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천안함이나 세월호가 미 잠수함에 격침됐다는 음모설만큼이나 얼토당토않다는 것을 이들 몇몇 한국당 의원들은 모른다. 뜬금없이 5·18을 논란 삼은 이유도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극렬층 표를 얻어보겠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한다.

황교안 전 총리가 권한대행 시절 옥중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허리가 아프다며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느니, 또 박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도 모를 정도로 무심했느니 하는 논란도 며칠째 당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한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이런 전언이 지도부 선출의 쟁점이 되고, 당사자는 "도리를 다했다"느니 "특검 수사 연장은 내가 막았다"느니 변명을 해야 하는 게 한국당의 민낯이다.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집권 세력의 폭주에 놀라고 지친 상당수 국민은 한국당이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춰 합리적 견제에 나서주지 않을까 내심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요 며칠 새 한국당 안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소란들은 그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까지 부끄럽게 한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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