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의원 출당시킨 英 노동당

김아진 런던 특파원
입력 2019.02.12 03:13
김아진 런던 특파원
최근 영국 노동당의 30대 여성 정치인이 구속됐다. 혐의는 '거짓말'이었다. 2017년 총선 때 의회에 입성한 피오나 오나산야 의원은 그해 7월 과속 딱지를 받았다. 시속 30마일의 도로에서 41마일로 달렸던 것이다. 하지만 오나산야는 "내가 운전하지 않았다. 남동생이 운전했다"며 법적 다툼을 벌였다. 지난 1월 말 법원은 "오나산야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면서 3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여전히 오나산야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하며 "억울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의 심판대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그를 옹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 여론뿐 아니라 정치권, 특히 오나산야가 소속됐던 노동당은 더욱 냉정했다. 곧바로 오나산야를 출당시켰다. 노동당은 오나산야가 출옥 후 다시 의회로 복귀하겠다고 하자 "더는 지체하지 말고 의회를 떠나라"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일각에선 오나산야가 받아온 연간 세비 7만7000파운드(약 1억1200만원)를 "반납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의회법에 따르면 오나산야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세비뿐 아니라 의원실 운영비, 보좌진 월급 등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노동당은 "범죄자에게 국민 세금을 단 한 푼이라도 줘선 안 된다"며 "사임하지 않는다면 오나산야의 지역구 보궐선거를 추진하기 위한 주민소환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의 오나산야는 총선 당시 노동당 대표인 제레미 코빈이 "전도유망한 젊은 일꾼"이라며 총력 지원해 당선시켰던 인물이다. 스스로 "영국 최초의 흑인 총리가 되고 싶다"고도 해왔다. 하지만 노동당은 정의를 왜곡한 오나산야를 감싸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때나마 그녀를 지지했던 점을 국민에게 사과했다. 법무부도 성명을 내고 "일반인과 비교하면 오나산야의 3개월 형량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지난달 31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줄곧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김 지사의 진술을 '거짓말'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김 지사가 소속돼 있는 민주당은 영국의 노동당과는 전혀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실명을 거명하며 "적폐 세력의 보복"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부 의원은 감옥에 있는 김 지사를 면회했다. 김 지사가 "대통령을 부탁한다"고 한 말까지 전했다. 출당 논의는커녕 일각에선 김 지사의 무죄와 석방을 요구했다. 민주주의 최종 보루인 법원의 결정에 불복한 셈이다. 대통령 최측근의 구속과 그에 따른 정치적 타격 등을 고려한 정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빈은 오나산야가 구속되자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의 판결 앞에선 그 무엇도 우선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도 당명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러한 코빈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


조선일보 A30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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