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공정위 9년 전쟁... 대법 "2000억원 이상 과징금은 적법"

박현익 기자
입력 2019.02.11 19:23 수정 2019.02.11 21:41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 전경./ 퀄컴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최대 통신칩 회사 ‘퀄컴'과 10여년간 벌인 법정 다툼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대법원은 11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2009년 부과한 과징금 2730억원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퀄컴 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이른바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리는 공정위와 퀄컴 간 1조300억원 과징금 불복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추가 부과했고, 퀄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과 법무법인 세종 등 대형로펌들을 동원해 10여년 동안 소송전을 벌여오고 있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퀄컴의 거래행위로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해 경쟁사의 시장진입이 가로막혔다"며 퀄컴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LG전자에만 RF칩(무선송수신칩) 리베이트를 제공한 기간에 공급을 독점했다는 공정위의 적발사유는 경쟁제한 효과가 생기거나 부당함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당 과징금은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LG전자의 2006∼2008년 국내 CDMA2000 방식 휴대폰 판매시장 점유율은 21.6%∼25.9% 정도에 불과했는데, LG전자가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RF칩 리베이트를 제공한 행위로 40%의 시장봉쇄 효과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732억원의 과징금 중 일부를 제외하고 2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이 적법하게 부과됐다"고 했다.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원천기술 소유자인 퀄컴은 이 기술을 이용해 휴대전화 모뎀칩과 무선송수신칩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퀄컴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가 제작하는 휴대전화에 퀄컴이 공급하는 모뎀칩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특허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5~6.5%로 차등 부과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가 퀄컴의 모뎀칩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구매하면 리베이트를 주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연합뉴스
공정위는 2009년 12월 퀄컴 등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다른 기업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했다며 로열티 차별 부과와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30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퀄컴은 2010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1993년 CDMA 기술이 2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휴대전화 제조사는 CDMA 방식의 휴대전화를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며 "100% 시장 점유율을 가진 퀄컴이 자사 모뎀칩 장착 여부에 따라 기술 로열티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한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의 과징금부과 처분이 적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LG전자에 제공한 RF칩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원심은 "최소 40% 이상의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했다"며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거래 소송은 서울고법과 대법원의 2심 체제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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