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국당 추천 5·18조사위원 2명 재추천 요구

박정엽 기자
입력 2019.02.11 17:56 수정 2019.02.11 21:30
대통령, 한국당 추천 이동욱·권태오 위원 재추천 요구...차기환 변호사는 임명키로
청와대, 발표 시점 두 차례 늦추며 고심...한국당 일부 의원 ‘5·18 폄훼’ 발언 논란에 임명 거부 강행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가운데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와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국회에 재추천을 요구했다.

임명 거부 이유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이하 ‘5·18진상규명법’ )이 정한 자격 요건 미달이다. 문 대통령은 차기환 변호사(전 수원지방법원 판사)에 대해서는 재추천 요청을 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국회로 보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참석하고 있다. 지 씨는 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와 관련해 발표했다. /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차 변호사에 대해서는 "5⋅18 운동에 대해 왜곡된 시각이라고 우려할 언행이 확인됐으나 법률적 자격 요건을 충족해서 재추천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향후 진상조사 활동과정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를 기대하며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2월 본회의에서 5·18진상규명법을 의결했다. 한국당은 이 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이들 3명을 지난달 14일 추천했다.

5·18진상규명법은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고 국회가 추천하는 9명의 위원(국회의장 1명, 더불어민주당 4명, 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이 정한 위원의 자격 요건은 총 5가지로 이 중 한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대학에서 역사고증·군사안보 관련 분야, 정치·행정·법 관련 분야, 또는 물리학·탄도학 등 자연과학 관련 분야 등의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의 직에 5년 이상 재직한 사람 ▲법의학 전공자로서 관련 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역사고증·사료편찬 등의 연구 활동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국내외 인권분야 민간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다.

한국당이 추천한 이 전 기자와 권 전 처장은 이 자격 요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제 두 사람은 한국당의 추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5·18 관련 단체들은 "한국당 추천 위원을 거부한다. 재추천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정당들도 "과거 5·18 단체로부터 공개 사과 요구 인사를 받은 인사가 포함됐다"(민주평화당),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민주당), "위원 자격이 없다"(바른미래당)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당 추천 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에는 오후쯤 5·18 조사위원 임명 관련 입장이 발표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오후 5시 15분, 오후 5시 30분으로 발표 시점이 수차례 연기됐다. 이는 국회 합의로 만들어진 특별위원회형 조사위원회에서 야당 추천몫 조사위원을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거부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부 한국당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 논란이 인 것은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뿐 아니라 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이 모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폄훼’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의원직 제명까지 요구하고 나선 만큼 청와대로서도 임명 거부의 명분이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이 촉발한 ‘5·18 정국’의 주도권을 여권이 쥐게 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주최하면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를 발언자로 초청했다. 지씨가 주장하고 있는 5·18 북한군 개입설은 법원 등에서 허위 사실로 인정된 사안이다.

지씨는 이 자리에서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순례 의원도 이 자리에서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명 의원은 "1980년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며"그렇게 변질될 때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게 아니라 정치적인, 이념적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같은 발언과 관련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 당시 헌정질서 파괴행위자들에 대해 이미 법적 심판을 내렸고, 5·18 희생자는 이미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예우를 받고 있다"며 "이런 국민적 합의를 위반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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