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황교안 대(對) 홍준표·오세훈, 누가 옳은가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19.02.11 19:00

2월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총재나 대통령 후보를 뽑는 회의가 전당대회다. 당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후보들끼리 열띤 정책 토론도 하고, 상호 검증도 하고, 크고 작은 이벤트를 병행하면서 당 지지율도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까지 노린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국민 실망시키기 대회’ ‘당 쪼개기 대회’가 되어가고 있다.

작년 가을 전원책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당대회를 한두 달 늦추자고 했다가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부딪치면서 당을 박차고 나갔던 혹은 당에서 쫓겨났던 그 시끄럽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 또다시 전당대회 연기 문제로 지지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조선일보에 실린 정치부 데스크 칼럼에서 말했듯이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되찾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은 이렇다. 오세훈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다섯 후보는 함께 모여서 이렇게 말했다.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과 전당대회 날짜가 겹치니 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 이슈가 마치 블랙홀처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뉴스를 삼켜버릴 것이란 걱정이다. 홍준표 전 대표도 여기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연기하지 않으면, 전당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황교안 전 총리는 "당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태 의원은 보이콧을 선언한 의원들에게 "그만 징징거리고 들어오기 바란다"고 했다.

당 대표에 도전한 8명 후보 중에 황교안 김진태 두 사람은 예정대로 당 대회를 치르자는 쪽이고 다른 여섯은 연기하자는 쪽이다. 2대 6으로 갈려 있다. 한때는 황교안 오세훈 두 사람에게 당 대표 후보가 될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시끄럽더니, 이제는 연기해야 한다 아니다 이렇게 두 쪽으로 나뉘어 수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나라에서 골프 선수 8명이 하루 한 라운드 경기를 치러서 최종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 경기 룰은 물론이고, 경기 날짜와 경기 장소까지도 이미 확정됐다. 가장 강력하게 우승권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경기 날짜가 20일쯤 남았을 때 이웃나라에서 국가대표 A매치 축구경기가 골프 경기와 같은 날 열린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자 골프 선수 8명 중 6명이 나서서 골프 대회를 연기하자고 주장했다. 대중적인 흡인력과 TV시청률로 본다면 국가대표 A매치 축구경기와 개인별 우승자를 가리는 골프 대회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골프 대회가 불리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자 그렇다면 누가 옳은가. "우리나라 골프 경기와 이웃나라 축구 시합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원칙도 자존심도 없단 말이냐" 이렇게 원칙론을 내세우면서 예정대로 골프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먼저 수긍이 간다.

반면에 이런 주장도 가능하다. "우리가 골프 대회를 하는 이유가 뭐냐. 결국은 골프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고, 또 그에 합당한 수익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대중 관심이 축구 A매치에 함몰될 것이 뻔한데 같은 날 꼭 골프 경기를 치러야 하겠느냐."

문제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든 아니면 2~3주 늦추든 어느 쪽이든 당 대표 출전 후보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자체 능력을 가졌느냐 여부다. 지지자들은 그걸 보고 싶은 것이다.

이런 댓글이 있다. ‘트럼프·김정은 만난다고 2주 연기했는데 그때 가서 같은 날짜에 김정은이 서울 답방을 하겠다고 하면 또 전당대회 연기할 것인가. 그때는 누가 책임지나?’ 무릎을 치게 하는 말이다. 비아냥거리며 농담조로 한 얘기 같지만 정곡을 찌르는 측면이 있다. 댓글을 하나 더 본다. ‘선수가 룰까지 정하나? 당에서 의논해서 정하면 후보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등록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 말 역시 쿨하다. 옳은 얘기다.

또 이런 댓글도 있다. ‘연기 안 하고 전당대회 하면 아무래도 황교안이 1등인가 보다.’ 이 말은 지금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대개 판을 흔드는 쪽은 2등, 3등 하는 사람들이고, 그대로 가자는 쪽은 1등하는 사람이다. 지금 여론조사가 황교안 후보에게 제일 유리하게 나오니까 홍준표 오세훈 쪽에서 판을 흔들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 공학적으로 핵심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래서 댓글 여론은 예정대로 하라는 쪽이 우세한 느낌이다.

얼마 전 문화일보에 실렸던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성향 분포표다. 왼쪽으로 갈수록 ‘비박’, 오른쪽으로 갈수록 ‘친박’이다. 모두 14명인데, 이번 당대표 출마자중 당 대회 연기를 주장하는 ‘오세훈 주호영 심재철 홍준표’는 비박 쪽에, 그리고 예정대로 하자는 입장인 ‘황교안 김진태’는 친박 쪽에 몰려 있다. 그런데 황교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배박(背朴) 논란’에, 김진태 의원은 ‘5·18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의견 조율의 자체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 혹시 이런 식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중인가?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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