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판 절차에 개입하면 '누구'라도 불법"

김명진 기자
입력 2019.02.11 15:49 수정 2019.02.11 15:5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이끌어 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에 따른 수사 중간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사법시스템 자체는 절차가 내용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방향성이라든가 내용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등 혐의로 11일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범죄혐의는 재판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296쪽으로, 검찰이 여기에 적시한 범죄 사실은 47개에 달한다. 일부 혐의에 관여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추가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공소장의 상당 부분이 박·고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이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고 했다. 임 전 차장→박·고 전 대법관→양 전 대법원장으로 보고가 이뤄지고, 지시가 내려지는 법원행정처 업무 특성 때문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부 수뇌부가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내용이나 절차에 대해서는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양대 기관 사이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있다. 사법부의 ‘위신’ 추락을 우려해 일선 법원의 영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튀는 법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 가운데 가장 많은 죄목은 ‘직권남용’이다.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소송 시나리오를 검토해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하거나, 소송 결과를 정무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마다 다르지만 문건을 작성한 사람들의 진술과 보고된 경위를 보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이나 박 전 대법관의 ‘단독범행’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부분도 있다. 검찰은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과 관련해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추론할 수는 있는데 형사소송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증거를 갖췄는지 고민한 끝에 그 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기는 부족하다고 현 단계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소한 혐의 외에도) 심사숙고 할 부분이 충분히 있고 (남은 의혹에 대해서는) 기소 이후 집중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 가운데 형사소송법에 따른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 것만 기소 내용에 포함했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 유지(재판)는 수사를 진행해 온 부장검사들이 맡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따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판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재판 청탁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 연루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 이후로 미뤄진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외부 인사들에게는 법원 내 인사들과의 공범 이론이 검토 가능하다"면서도 "법원 외 인사들이 외부적인 가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공모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공범이자 주류인 법원 내부 인사 처리 끝난 뒤에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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