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韓·美 방위비 협상에 “미·북 회담 앞두고 트럼프 압박 탓”

이다비 기자
입력 2019.02.11 10:47
한·미 정부가 최종 합의한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과 관련, 일본 주요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에 한국 정부가 인상된 방위비를 부담했다고 평했다. 일본은 한·미 방위비 협상 결과가 주일 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정부는 지난 10일 한국이 올해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1조389억원으로 정한 제10차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최종 합의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한·미 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방위비 문제는 우선 일단락된 셈이다. 특별협정은 앞으로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정식 서명된다. 오는 4월쯤 우리 국회에서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면 협정이 정식 발효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19년 2월 10일 오후 외교부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협정을 앞두고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와 접견을 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이번 협정으로 우리가 분담하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계약 유효기간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한국은 당초 유효기간 3~5년을 주장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유효기간 1년을 받아들였다. 한·미 당국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내년도 분담금을 위해 다시 협상해야 한다. 이때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나라에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일본 주요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고려해 인상된 분담금을 받아들였다고 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남북 화해에 적극적인 문 정권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상대로 한 인도적 지원 확대와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미국에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괜한 줄다리기를 하는 건 득이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도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미국과 생길 수 있는) 불화를 일단 잠재운 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언론들은 문 정부가 분담금 유효기간 1년을 받아들인 건 앞으로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를 언급하면서 협상 때마다 한국에 주둔 경비 부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산케이신문은 "한·미 협상은 타결됐지만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축소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지난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전혀 논의한 적 없다"고 했지만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건 매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안다. 무척 비싸다"고 말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본 언론들은 한·미 방위비 협상 결과가 주일 미군 주둔 비용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합의는 한국 외에도 미군 주둔 경비를 둘러싼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은 2020년에 2021년 이후 주일 미군 주둔 경비 예산을 위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한·미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산케이신문도 "미국은 각국의 미군 주둔 비용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유효기간을 1년으로 뒀다고 했다"며 "주일 미군 주둔 비용을 둘러싼 향후 미·일 협상에도 (한·미 방위비 협상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구독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