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더가 온다] ④ '결핍'을 기회로…‘디지털 방판’으로 대박 난 창업가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2.11 10:00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는 남다른 큐레이션으로 주류 시장에 진입한 청년 창업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금맥을 발견했을까? 넘치는 정보와 재화 속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선별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리더, ‘큐레이더(Curader=Curation+Leader)’. 방황 속에서도 도전과 지속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이 시대의 큐레이더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블랭크코퍼레이션 남대광 대표
"결핍을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디지털 방문판매’로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1천억원

”결핍에서 기회를 발견했어요.”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블랭크코퍼레이션 제공
소셜미디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흙탕물 같은 한강 물을 필터 샤워기로 걸러 샤워하거나, 베개 사이에 날 계란을 두고 밟아도 깨지지 않는 영상. 별생각 없이 보며 웃다 보면 어느새 ‘지름신’이 오곤 한다.

이 영상을 만든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이다. 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든 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에 관련 영상을 노출하고 판매하는 ‘디지털 방문판매’ 전략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2016년 2월 설립한 이 회사는 2017년 매출 495억원, 지난해 12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 ‘결핍’을 기회로…지름신 절로 오는 영상으로 매출 1천억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을 운영하는 남대광(34) 대표는 ‘결핍’에서 기회를 찾은 결과라 설명한다. 블랭크(BLANK)라는 사명처럼, 생활 속의 작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뜨는 옆머리로 불편함을 느끼는 남성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식이다.

처음 이 시장에 진출할 때만 해도 50억원 정도의 작은 시장으로 평가됐지만, 그는 이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혼자서도 옆머리의 숨을 죽일 수 있는 ‘셀프 옆머리 다운펌’을 만들어 내놨다. 결과는 대성공. 이런 식으로 생활 속 결핍을 찾아 ‘발각질 제거제’, ‘정수 필터 샤워기’, ‘마약 베개’ 등 23개 브랜드, 250여 가지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했다.

뻗치는 머리로 인한 남성들의 고민을 해결해준 블랙몬스터 ‘셀프 다운펌’, 지금까지 40만 개 이상을 팔았다./블랙몬스터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지만, 있으면 삶의 질은 높여주는 아이디어 상품이 대부분이다. 생필품이 아니기 때문에 ‘왜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한다. 블랭크는 ‘리얼 후기’와 같은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 광고로 보여줬다.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한강 물을 정수 필터 샤워기로 걸러 샤워하거나, 한도 끝도 없이 벗겨지는 발 각질제 사용기를 보노라면 없던 니즈도 절로 생긴다. 시청자들은 영상에 링크된 쇼핑몰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활용은 대학교 때부터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해온 남 대표의 경험이 바탕 됐다. 남 대표는 한양대 재학 시절, 페이스북에서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세웃동)’ 채널을 운영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 모바일 영상 공유 앱 몬캐스트를 창업해 ‘여자들의 동영상(여동)’, ‘남자들의 동영상(남동)’ 등 60여 개의 채널을 만들었다. 몬캐스트를 메이크어스에 매각한 후엔 그곳에서 이사로 재직하며 ‘세상에서 가장 소름 돋는 라이브’와 ‘딩고뷰티’ 등의 채널을 기획했다. 이후 2016년 2월 미디어 커머스 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을 설립했다.

◇ 직급도, 팀도 없다…모두가 호날두처럼 일하는 ‘프로’

블랭크의 모든 구성원은 직급 없이 ‘프로(PRO)’로 통한다. 남 대표는 이를 축구선수 호날두에 비유했다. 실력으로 본인과 소속구단, 에이전트의 가치를 모두 올리는 호날두처럼, 각 구성원의 성장을 바탕으로 회사도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목표라고.

팀도, 업무목표도 없다. 유닛이라 불리는 역할 조직을 기반으로,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관련 부서가 함께 협업한다. 직원 모두 업무 결정의 자유를 갖고, 원하는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를 ‘자유의 고통’이라고 부르지만, 남대표는 이로 인해 직원도 회사도 빠르게 성장했다고 강조한다.

상품은 제조업체를 통해 OEM(주문자 생산방식)으로 제작된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도 아니고, 영상 광고로 사람을 모아 자사 몰에서 판매하겠다고 하니, 처음엔 협력 업체들이 반신반의했다고. 한 제조사의 경우 10만 개를 발주했지만, 만들어주지 않아 선수금을 주고 생산했다. 결과는 적중했고, 2017년 해당 업체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0% 늘었다.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순 없다. 이 회사엔 함께 다과를 즐기며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실버벨 문화가 있다. 남 대표는 "결과로 평가한다면 누구도 실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든 성공이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 대기업 능가하는 복지제도, 최고의 결과 내기 위한 생존법

블랭크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복지제도로 유명하다. 연 1회 해외여행 지원금 300만원을 제공하고, 남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구성원들에게 최대 1억원 한도의 전세 보증금을 빌려주고, 월 200만원의 적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사내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도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사내 편의점./블랭크코퍼레이션 제공
이는 직원들의 ‘결핍’을 덜어주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남 대표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을 회사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대여한다고 직원들의 주거 문제를 100% 해결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블랭크는 지난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도 준비한다. 남 대표는 "궁극적으로 ‘팬이 많은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는 디지털 방문 판매를 지향하지만, 향후 엔터테인먼트, 여행 등을 포함한 융합형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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