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춘제소비 증가율 한자리수로 뚝...시진핑 집권 이후 처음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입력 2019.02.11 05:30
일주일 연휴 소매⋅식당매출 8.5% 증가...국내 관광수입 8.2%
미⋅중 무역전쟁發 경제불확실성 증가 속 소비동력 힘빠지나

올해 중국의 춘제(春節⋅설) 연휴 황금주(2월 4~10일)소비와 관광수입 증가율이 모두 한자리수대로 떨어졌다. 2013년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6년여만에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하강 압력을 버텨낼 수 있는 소비 동력의 힘이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이번 춘제 황금주 기간 전국 소매 및 요식업 매출이 1조 50억위안(약 163조 8150억원)으로 8.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춘제 황금주 소비 증가율이 1년 전에 비해 1.7% 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2011년 증가율(19%)에 비하면 절반 수준도 안된다.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에는 지난 5일 춘제 당일 저녁에도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 쇼핑몰 내 식당 앞에 줄 선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중국 문화여유부는 같은 기간 중국 전역 관광객수가 4억 1500만명으로 7.6% 늘고, 관광수입은 5139억위안(약 83조 7657억원)으로 8.2%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춘제 연휴 관광객수와 관광수입 증가율은 각각 12.1%, 12.6%였다. 신화통신은 중국여유연구원을 인용해 춘제 연휴기간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과기관 역사문화거리를 찾은 참관객의 비중(중복 응답)이 각각 40.5% 44.2%, 40.6%, 18.4%에 달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산시성 등 12개 성과 시가 춘제 연휴기간 주최한 문화 행사가 큰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산시성의 핑야오 고성. /신화망
또 중국 영화 박스오피스 분석기관 마오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박스오피스 수입은 58.3억위안(약 9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에 머물렀다. 작년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수입 증가율이 60%를 넘은 것에 비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이다.

올해 중국 춘제연휴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입 1위를 기록한 중국산 공상과학(SF)영화 유랑지구 스틸 컷. 지구를 중국인이 구한다는 내용으로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6일간 입장수입이 20억위안(약 3260억원)에 달했다.
특히 춘제 연휴 동안 영화를 본 관객수는 1억 3000만명으로 작년 춘제 황금주 보다 10% 감소했다고 영화 연구기관 덩타연구원이 밝혔다. 춘제 연휴기간 영화 관객수가 지난해 5400만명 이상 급증했다가 올해 1000만명 이상 감소로 반전한 것이다. 관객수가 줄었는데도 박스오피스 수입이 감소세를 면한 건 평균 영화 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덩타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춘제 영화 평균 가격은 40위안(약 6520원)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모두 40위안이 넘었다.

이번 춘제 연휴 경제 성적표는 중국 경제 하강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성장 동력인 소비의 ‘내구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터진 이후 중국이 처음 맞이한 춘제 였기 때문이다.

춘제 연휴는 노동절(5월1일) 국경절(10월1일) 황금주 연휴와 함께 중국 소비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이 기간 소비 증가율은 연간 소비 증가세를 늘 웃돌아 중국의 높은 구매력을 상징하는 지표로 비쳐졌다.

올해 성적표는 최근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소비 경기를 반영했다는 평이 나온다. 세계 최대 소비축제로 성장한 중국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11월 11일 할인행사) 하룻 동안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한 거래액이 지난해 26.9% 늘어난 2135억위안(약 34조 8005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작년 11월 한달 중국 소비 증가율은 8.1%로 2003년 5월(4.3%) 이후 15년여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해 10년째를 맞이한 알리바바 광군제의 거래액 증가율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소비 증가율도 9%로 처음 한자리수대에 진입했다.

중국 당국과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은 춘제 연휴 소비가 처음으로 1조위안(약 163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상무부는 올해 춘제 황금주 소비가 평온하고 비교적 빠른 발전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춘제 연휴 관광객수도 처음 4억명을 넘어섰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부진한 통계는 간단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무부는 올해 춘제 성적표 발표자료에서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의 경우 50억위안(약 8150억원)이 넘었다고만 전했다. 작년에 금액과 함께 증가율이 60%에 달했다고 적시한 것과 대조된다.

상무부는 지난해 춘제 연휴 소비 증가율이 높은 티베트 허난 윈난 허베이 안후이 등 지역의 소비 성장률을 일일히 언급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를 생략했다. 대신 품질 중시 소비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작년의 강조점을 또 다시 부각시키는데 머물렀다.

중국은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7대 과제를 선정하면서 내수시장 확대를 두번째로 내세웠다. 7년만에 이뤄진 개인소득세법 개정안을 1월부터 시행하면서 세액공제 항목에 부모 봉양과 자녀 교육 등 6개를 추가하고, 납세를 시작하는 과세점도 기존 월 3500위안(약 57만원) 소득에서 5000위안(약 81.5만원)으로 확대했다.

또 직접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 1월 29일엔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종합 내수 부양책을 발표했다. 베이징시가 하루 뒤인 1월 30일 지방정부에서 처음으로 이를 토대로 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정화기 등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아 소비 진작책이 제 효과를 낼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끝나는 3월 1일 이전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담판을 지을 것이라는 발언을 뒤집으면서 무역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해들어 미⋅중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 고위급 협상이 1월말 워싱턴에서 열린데 이어 14~15일 베이징에서 속개된다. /백악관
미국 CNBC 등은 백악관이 협상 시한이 지난 뒤에도 2000억달러(약 224조 8000억원) 중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유보하고 협상을 지속할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을 전하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역협상의 포괄적인 합의를 위한 본질적인 요소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개략적인 합의문 초안 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지식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및 비관세장벽 합의이행 메커니즘 등을 놓고 이번주 진행되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1일부터 베이징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차관급 협상이 시작되고, 14~15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도 방중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협상을 이어간다.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월 30~31일 워싱턴을 찾아 협상을 한데 이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를 접견했듯이 시 주석이 고위급 대표단을 만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최고지도자의 대표단 접견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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