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지하철의 '터키 행진곡'

나웅준 트럼페터·'퇴근길 클래식 수업' 저자
입력 2019.02.11 03:00
나웅준 트럼페터·'퇴근길 클래식 수업' 저자
다양한 음악이 쏟아지는 번화가를 걷다가 갑자기 익숙한 클래식 멜로디를 들었다. 나와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을 응시했고, 본능적으로 길 구석으로 몸도 피했다. 잠시 뒤 큰 트럭이 골목을 후진으로 빠져나갔다. 트럭이 들려준 경고음은 누구나 어릴 적 한번쯤은 건반을 토닥여봤음 직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앞부분이었다.

사실 클래식을 업으로 삼은 뒤부터 트럭의 후진 경고음으로 이 곡이 쓰인 게 굉장히 궁금했다. 많고 많은 음악 중에 왜 하필 이 음악? 누가 처음으로 사용한 거지? 차량의 이미지를 위해서? 저작권이 없어서? 도무지 이유를 알 방법이 없었다. 놀라운 건, 온갖 시끄러운 음악이 쏟아져도 신경도 안 쓰고 걷던 사람들이 그 소리 하나에 발길을 멈추고 주위를 살핀 거였다.

클래식이 우리에게 보내는 사인은 대중교통인 지하철 안에서도 계속된다. 지하철이 종착역을 향해 갈 때 안내 방송보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이 먼저 우리를 주목시킨다. 곧이어 이번 역에서 모두 내리라는 안내가 나온다. 이런 광경은 클래식이 흔하고 자연스러운 유럽에서도 보기 힘들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궁금증이 풀렸다.

내 모닝콜 음악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잠에서 깰 때 자극적인 기계음보다 평소 좋아하는 선율을 들으면서 일어나고 싶어서다.

하지만 아침 그 시각이 되면 날 깨우는 건 알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잔소리다. 내 알람 소리 때문에 자기들까지 깬다는 거다. '어? 이렇게 잔잔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시끄럽다고?' 그렇다. 익숙한 내겐 클래식이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클래식은 그저 귀찮고 거슬리는 알람 소리일 뿐이다.

클래식이 아직은 낯설지 몰라도 우리의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음악인 것은 틀림이 없다. 개인적으로 더 많고 다양한 곳에서 지금처럼 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클래식이 익숙해져서 사람들이 무덤덤하게 듣고 넘어가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조선일보 A23면
미래탐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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