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극단으로, 과거로 가는 한국당

최승현 정치부 차장
입력 2019.02.11 03:11
최승현 정치부 차장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되찾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한쪽 이념에 치우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신망을 잃어가고 있지만 중도의 방황하는 민심을 파고들기는커녕 더 극단적 행태로 지지자들에게조차 좌절감을 안겨준다.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는 이런 한국당의 한계가 집약적으로 드러난 자리였다. 김진태 의원과 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등장해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라고 했다. "북한군 개입 여부를 밝히려면 제가 5·18특위에 들어가야 하는데, 김성태·나경원(前·現 원내대표)이 반대해 못 들어간 처지"라고도 했다. 지씨는 나 원내대표 집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북한군 개입설은 법원 등에서 허위 사실로 인정된 사안이다. 그런데도 지씨는 무리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지씨를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로 불러들여 토론회를 열고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맹목적일 만큼 결속력 강한 일부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선 퇴행적이다. 이 토론회에는 나 원내대표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원내대변인 김순례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음 날 바로 "해당 토론회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당의 기강이 얼마나 바닥인지도 이번에 다시 드러났다.

한국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2·27 전당대회도 뒤로만 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가 당권 주자들 간 공방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더니 미·북 정상회담과 전당대회 날짜가 겹치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기존 일정'을 고수하자 8명 중 6명 후보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간에도 후보들은 서로 물고 뜯기만 했지 국가 운영의 대안 제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국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남을 강조한다. 나 원내대표는 "할아버님 고향이 전남 영암이어서 호남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호남의 손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한국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영남에 대거 진출한 '동진(東進) 정책'에 맞서 내년 총선에선 자신들이 호남에 진출하는 '서진(西進)'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5·18과 관련해 이처럼 어정쩡한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서진'은 고사하고 수도권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쳐 제1 야당 자리나마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가 야당복(福)은 있다"고 하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조선일보 A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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