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공자는 괴물"...한국당 일부 의원 발언 '일파만파'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2.10 16:15 수정 2019.02.10 17:39
김진태·이종명·김순례 "광주 폭동, 정치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 됐다" 주장
민주당·평화당, 해당 의원 고소⋅고발 및 의원직 제명 추진
난감한 한국당 지도부 "이미 밝혀진 역사…거꾸로 가선 안돼"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주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이 지난 8일 주최한 ‘5⋅18 공청회’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종북 좌파가 5⋅18 유공자라는 괴물을 만들었다’ 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평화당 등의 공세가 격해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당은 이 같은 주장들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공청회 주최자인 한국당 의원 3명의 국회 제명, 형사 고소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당 지도부는 "의원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시했지만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이 (공청회를 주최한 의원들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야3당과 함께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세 의원의 주장에 대하) 한국당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한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이 ‘광주의 무덤’에 침을 뱉었다"고 했다.

김민기 제1정책조정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세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는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저버린 최악의 난장판이었다"며 "이들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해 민주화 운동 왜곡 시도에 쐐기를 박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한국당 5⋅18 망언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고소하는 한편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제소하기로 했다.

지난 8일 공청회에서 이종명 의원은 "광주 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이제 40년이 됐는데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말했다. 김순례 의원도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공동주최자인 김진태 의원은 공청회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영상을 통해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된다.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힘을 모아서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해 온 지만원씨는 이날 발표자로 참석, "(1980년 광주에) 북한 특수군만 온 게 아니라 서너살짜리 애기와 할머니, 할아머지들도 그들을 도운 게릴라 세력들"이라고 했다. 5⋅18 무력 진압 책임자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선 "영웅"이라고도 했다. 지씨는 과거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가 2013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당 지도부는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의 주장에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진화에 나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에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며 "적어도 정치권만큼은 그 역사 정신을 존중하는 게 국민통합 차원에서 옳은 일"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끝없는 의혹제기는 곤란하다"면서 "소모적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논의의 수준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다만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거꾸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꾸 우리가 과거로 가는 게 안타깝다. 밝혀진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단계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소속 의원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뒷북만 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2⋅27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고, 김순례 의원은 당 원내대변인, 이종명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를 각각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한국당이 전국 정당이 되는 걸 포기한 것이냐"며 "당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와 상식, 역사 의식에 맞지 않는 발언을 심심치 않게 내뱉는데 맥이 빠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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