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3·1 정신… 일본인들도 제대로 알면 달라질 것"

도쿄=이하원 특파원
입력 2019.02.09 03:13

"식민지배 사죄" 日지식인 226명 성명 이끈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지식인 226명이 지난 6일 3·1 독립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양국이 화해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협력할 것을 권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 지식인들은 일본 국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는 3·1 독립선언이 발표된 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라며 "(한국인들은) 일본에 병합돼 10년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와다 교수를 비롯,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다가와 고코 재한피폭자문제시민회의 대표 등은 이 성명에서 "(지금은) 조선 민족의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일·한, 일·북 간의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7일 이번 성명을 주도한 와다 교수를 만나 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과 한·일 관계의 방향에 대해 인터뷰했다.

―이번 성명을 낸 계기는.

"아베 총리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 것에 충격받았다.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와의 관계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성명을 준비했다."

―주로 어떤 인사들이 참여했나.

"2010년 한·일 병합 100주년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가 잘못됐다는 성명에 참여한 이들이 약 3분의 2이다."

―성명에서 3·1 운동 선언문을 인용한 부분이 눈에 띈다.

"1919년의 3·1 운동 선언문을 다시 읽어보고 감명받았다. 3·1 운동은 비폭력으로, 평화적으로 침략자를 설득하고자 했다. 중국의 5·4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독립선언서 찍는 항일독립운동여성상 제막식 - 8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어린이공원에서 공개한 ‘항일독립운동여성상’.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2·8 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념해 제막식을 열었다. 한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독립선언서를 찍는 모습을 담은 이 여성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제작했다. /성형주 기자

―일본에서는 최근 한국의 3·1 운동 100주년 기념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은가.

"일본의 TV에서 그런 방송을 하는 것을 봤다. 일본인들이 3·1 운동 정신을 제대로 안다면 달라질 것이다. 100년 전에는 일본인들이 3·1 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본인들이 이젠 여기에 답해야 한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양국 관계는 더 악화해왔다.

"일본이 위안부 합의로 준 100억원은 일본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 36명이 1억원씩 받았다. 일본이 그래도 노력한 것인데, 이게 무의미해지면 곤란하지 않은가."

―강제징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국민의 세금으로 100억원을 한국에 전달했다. 마찬가지로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해서 조처를 해야 한다. 일본의 기업들이 협력해야 한다."

―한·일 관계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은 일본과 협력해서 동북아시아 평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은 이게 좀 부족해 보인다. 일본이 현명하지 않다고 야단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시기야말로 일본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3·1운동 정신 아니냐."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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