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여, 유명하기보다 유용하기를"

곽아람 기자
입력 2019.02.09 03:00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나태주 지음|서울문화사|244쪽|1만1000원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2012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적히며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할 때 쓴 시다. 어떤 아이든 양면성이 있다. 미운 구석이 있는가 하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다. 시인은 "이 시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그 반대인 아이들을 위해서 쓴 시"라고 밝힌다.

시를 읽은 초등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고 하는 구절은 '너도 그렇다'는 마지막 문장. 독자가 자신이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만족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 시인의 의도가 적중했다. 시인은 말한다. "이 문장은 매우 간명하고 단순한 것이지만 인간인 내가 쓴 것이 아니고 내 밖에 있는 그 어떤 존재, 시심이라 해도 좋고 영감이라 해도 좋은 그 어떤 신비한 존재가 나더러 쓰라고 권유해주어서 쓴 문장이다."

풀꽃처럼 소박한 시인의 산문 60여편을 엮었다. 짤막한 글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행복도 학습'이라는 긍정, '나의 시여, 부디 유명한 시가 되지 말고 유용한 시가 되어라'고 당부하는 검박한 마음 등이 진솔한 글을 읽을 때의 잔잔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먼 곳까지 강연을 다니느라 날마다 다리와 발등이 붓는다는 일흔다섯 살 시인은 그래도 자신을 찾는 곳이 있다는 데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잠들기 전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오늘도 하루/잘 살고 죽습니다/내일 아침 잊지 말고/깨워주십시오.'





조선일보 A16면
미래탐험대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