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만 따 먹고 의무는 외면한 우리의 韓美동맹

김태훈 기자
입력 2019.02.09 03:00

대한민국의 위험한 선택

이용준 지음|기파랑|248쪽|1만4000원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 북핵외교기획단장, 6자회담 차석 대표 등을 역임한 전직 외교관이 쓴 한반도 안보 설명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이 지속적으로 상처 입었으며 여기엔 보호만 받고 의무를 외면한 우리의 태도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미국은 동맹국들에 아프간 파병을 요청하면서 한국을 제외했다. 당시 아프간 문제를 총괄하던 저자는 워싱턴 고위층으로부터 그 이유를 듣고 아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목숨 걸고 싸울 군인이다." 전투병 파병을 꺼리는 한국이 동맹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란 정부 발표를 국내 좌파 세력뿐 아니라 미국마저 의심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미국 정부는 김현희를 직접 심문하고서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우리 정부를 믿지 않았다.

서독의 동독 지원은 통일로 이어졌지만 한국의 햇볕정책은 북핵이란 화근만 키웠다. 저자는 지원 조건으로 인권 신장을 요구한 서독과 달리 무조건적 퍼붓기로 일관한 것을 패착 이유로 꼽는다. 이달 말 마주 앉게 될 미·북 정상이 성과 없이 회담을 끝낼 경우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더했다.

2000년대 초 베트남과의 정상회담 때 당시 우리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전하자 베트남 정부가 "한국 정부는 왜 과거사에 연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항의한 일화도 실렸다.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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