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은하철도 999, 너의 별에 데려다줄게'

박사·이명석 칼럼니스트
입력 2019.02.09 03:00
박사(왼쪽)·이명석 칼럼니스트
우리는 경의선 숲길 공원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갔다. 옛 철길을 기억하려 남겨둔 철로가 있어 그 위로 올라갔다. 그때 기차가 달려오는 듯한 진동음이 울렸다. 뒤를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도 지하 선로를 달리는 전철이 낸 소리였나 보다. 머리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마음은 다른 상상을 피워 올렸다. 방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기차가 이 궤도를 달린 건 아닐까? 그러니까 은하철도 999가. 이 책 '은하철도 999, 너의 별에 데려다줄게'(파람북)는 그 상상에서 시작한다.

만화 '은하철도 999'는 1982년 한국을 찾아온 뒤, 세대를 이어가며 신화로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안의 이야기를 세세히 기억하지 못한다. 금발의 여인 메텔, 못생긴 꼬마 철이, 눈만 반짝이는 차장의 모습 정도만 떠올릴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여행이 이토록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절판된 만화책을 어렵게 구해 철이와 메텔의 여행을 되짚어갔다. 에피소드마다 옛 기억이 떠올랐다. "맞아, 저 별 생각나. 그런데 저렇게 이상한 곳이었어?" 갖가지 별의 주민들이 건네는 목소리도 되새겼다. "저때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네." 은하철도의 정차역들이 우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온 온갖 문제와 참 닮았다는 것도 알아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지구의 곳곳을 함께 돌아다녔고, 몇 권의 여행기를 썼다. 그런데 이번 여행이 가장 특이했다. 은하철도 999는 우리 마음의 오랜 응어리를 토해내게 했고, 보물 같은 기억을 되살려냈다. 여러분에게 몰래 알려 드린다. 사실 은하철도 999는 우리 안에 계속 정차하고 있다. 당신이 부르면 언제든 날아갈 준비를 한 채.



조선일보 A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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