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베트남에서 1박2일...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 관측도

이옥진 기자
입력 2019.02.06 18:03 수정 2019.02.06 22:37
대북 외교 성과 강조하는 트럼프, 경제개발 의욕 보이는 김정은
미북, 미중 간 연쇄회동 성사될듯…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 관측도
‘北 비핵화-美 상응조치’ 수준·정도가 관전포인트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분수령이 될 2차 미북정상회담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약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1차 회담에서는 비핵화에 대해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합의만 나온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2차 회담에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취임 후 두 번째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으로 진행된 국정연설에서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운을 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포로들이 돌아왔고 (북한의) 핵실험은 멈췄으며 지난 15개월 동안 (북한)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며 "만약 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과의 관계는 지금 좋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북한 관련 부분은 양적으로는 많지 않았다. 영어 글자 수로는 540자 정도로, 작년(2483자)에 비해 약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크게 변했다. 작년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과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을 쏟아냈지만, 올해 연설에서는 관계 개선, 2차 정상회담 개최 등 긍정적인 얘기를 주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국정연설에서 대북문제와 관련한 성과를 강조한 것은, 정치적으로 대북외교를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국회를 상대로 하는 것이었지만, TV로 생중계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나 다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외교를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악관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발간한 자료를 통해 ‘해외에서의 미국 리더십 회복’의 주요 사례로 1차 미북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핵 위기가 자신의 집권 이후 크게 해소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북한 평양에서는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을 위한 미북간 실무협상이 시작됐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정상회담 의제 조율 담판에 들어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의 수준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등의 신고 및 폐기를 요구하고, 북한 측은 제재 완화,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 협상에서는 의제 협상뿐만 아니라 의전 협상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내에서도 다낭, 하노이 등이 구체적인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데, 정확한 장소 역시 실무협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2차 정상회담의 예상 시나리오로는 ‘빅딜’, ‘스몰딜’ 등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빅딜’은 북한이 핵 개발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수용하면서,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비핵화를 선언하고, 미국은 상응조치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영구히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다. '스몰딜'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조치를 하고, 미국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허용하지만 경제제재는 유지하는 수준의 조치를 하는 것이다. 스몰딜의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1차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북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실무협상 단계에서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는 '협상결렬' 시나리오도 나돌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조야(朝野)와 우리 외교가에서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몰딜’에 그치면서 지난 1차 미북정상회담처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1차 회담 직전 미국에서는 ‘빠른 시일 내 핵 폐기’(트럼프 대통령),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의 발언이 다수 나왔지만, 정작 미북 합의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추상적인 합의만 담겼다. 포괄적 합의에 그친 1차 회담 이후 비핵화는 장기 교착 국면에 빠졌고, 미 정보당국은 1차 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계속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2차 회담은 1차 회담과는 달리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업적이 절실한 상황이고, 김정은도 경제 개발에 의욕을 보이며 2차 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2차 회담에서 양국의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미중 정상이 2월 27~28일 베트남 다낭에서 만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2차 미북정상회담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해당 보도가 사실일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회동하거나 3자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할 경우 남·북·미·중 4자 회담도 가능해, ‘남·북·미·중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기간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가능성에 대해 "북미 사이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월 북미, 미중 정상회담이 계획대로 성사되고 난 뒤, 3~4월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한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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