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 Live] 핵신고 미뤄준 美… '핵시설 폐기-종전선언' 빅딜 카드 던졌다

입력 2019.02.02 03:00

비건 "트럼프, 전쟁 끝낼 준비 마쳐… 비핵화前 제재완화는 없어"
강연 비공개 계획했다 공개로 바꿔, 사실상 北에 협상의제 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다음 주 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담 시기는 2월 말이며 장소는 "대부분 어디인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CNN은 이날 베트남의 다낭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대북 협상 실무를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3일 서울 방문에 이어 곧 미·북 실무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소장 신기욱)에서 취임 후 첫 공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해 8월부터 북핵 협상을 전담했지만 북한이 실무 협상에 응하지 않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타개 방안을 고심한 결과물이다. 다음 주 본격 실무 회담 개시를 앞두고 내놓은 비건식 '실무 접근안'인 것이다.

비건 대표는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미국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일부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를 열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이 북한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와 폐기를 약속했다"면서, 김정은이 폐기 대가로 원한 상응 조치를 다음 실무회담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사안은 실무 차원의 로드맵을 만들어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비건의 발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미룬 핵 신고 제출 시기였다. 비건은 "북한의 포괄적인 핵 신고 목록을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받을 것이고, 주요 시설에 대해 국제 기준에 맞는 전문가 접근과 감시 방법을 북한과 합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핵 신고서 제출 시기를 지금 당장이 아닌 '언젠가'로 돌렸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미·북 협상의 진전을 막는 주요 걸림돌이 됐던 북핵·미사일 목록 신고를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룬 것이다. 핵 신고는 역대 미·북 협상에서도 가장 해결이 어려운 '고리'였다. 분할 신고 등의 대안이 논의됐으나 결국은 신고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미국이 종전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70년에 걸친 한반도의 전쟁과 적대감을 끝장내는 데 깊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전쟁)은 끝났다"고도 했다. 비건 대표는 "미국은 북한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CNN은 이날 비건 대표가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종전선언으로 북한이 핵개발의 이유로 삼는 체제 불안을 덜어줌으로써 비핵화 진전을 가능케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최근엔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김정은은 "종전선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최근엔 종전선언을 생략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 더 자주 논의되는 분위기다.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 비건 대표는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대북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미국은 최선의 투자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외교에 실패할 때에 대비한 비상 대응책이 있어야 하고, 미국은 그걸 가지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비건 대표는 "주한 미군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 거래를 제안하는 어떤 외교적 논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는 '미·북 협상의 막후 조율사'로 불리는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건 대표의 이날 일정에 방문학자로 재직 중인 앤드루 김 등 스탠퍼드대 북한 전문가들과의 논의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공개행사엔 등장하지 않고 비건 대표와 따로 비공개 세션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A3면
베르나르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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