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트렌드? '집돌이'한테 물어봐

최보윤 기자
입력 2019.01.29 03:01 수정 2019.01.29 14:15

홈술·홈뷰티·홈파티·홈갤러리
밖에서 하는 일을 집에서 하며 나만의 시간 즐기는 '홈족' 증가

혼자 사는 직장인 안현지(35)씨는 매일 아침 인테리어 관련 앱과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또래들이 집을 어떻게 꾸몄는지, 어떤 제품을 어디서 구했는지 묻기도 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랑 비슷한 또래가 발품 팔아 꾸민 방이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오거든요. 인테리어 아이디어, 소품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여가를 주로 집에서 보내는 이른바 '집돌이' '집순이'들이 리빙·패션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집 안에서 몸매(홈트)도, 얼굴(홈뷰티)도 가꾸고 마치 카페(홈바)나 갤러리(홈갤러리)에 와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친구들과 파티(홈파티)를 하며 여가를 보내는 홈족(Home+族)이 늘고 있어서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 1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스로 홈족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20대는 68.5%, 30대는 62%에 달했다. 그 이유는 '진정한 휴식'(61.1%·이하 복수 응답)이 1위였고, 지출을 줄이려고(49.4%)가 뒤를 이었다.

20대 후반의 싱글족이 집안 소품을 구하러 서울 성수동 '제인 마치 메종'을 찾았다(왼쪽). 이미지 크게보기
20대 후반의 싱글족이 집안 소품을 구하러 서울 성수동 '제인 마치 메종'을 찾았다(왼쪽). 그는 "소품마다 고급스러운 취향을 엿볼 수 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오른쪽 사진은 인테리어 정보 공유 플랫폼인 '오늘의집'에 올라온 '싱글남의 옐로 하우스'. /고운호 기자·오늘의집
'홈족'이 늘면서 이들이 즐겨 찾는 곳도 '트렌드 1번지'가 되고 있다. 빈티지 그릇 등 독특한 소품이 많은 서울 성수동 '제인 마치 메종' 매장은 '패피(패션 피플)의 성지'라며 각광받고, 프랑스 파리의 유명 편집매장인 '메르시'와 영국 리빙 전문숍 '네스트'도 '직구'로 구매가 가능해 홈족들의 인기 매장이 됐다. 제인 마치 메종 정재옥 대표는 "파리 뒷골목 분위기 같다며 좋아하는 젊은 층이 자주 찾는다. 집 꾸미기 아이디어도 얻고, '힐링'하러 온다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구글플레이 '올해의 베스트 앱'으로 뽑힌 '오늘의집'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집 사진을 올리는 일종의 '온라인 집들이' 콘셉트로 인기다. 현재 400만명이 다운받았고 올 1월까지 누적 거래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 '60만원으로 꾸민 싱글남의 옐로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자기 집 사진을 올린 문현우씨의 경우 어머니가 주신 노란 베개 커버에서 영감을 받아 집 안 톤을 노란색으로 꾸며 온라인 조회 4만여 건, 공유 455회를 기록했다. 6만9900원짜리 2인용 패브릭 소파, 3만1900원 원목 테이블 등 식탁부터 조명까지 집 꾸밈에 활용한 15가지 제품 정보도 같이 올렸다. 사용자들은 "포인트 컬러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덕분에 암막 커튼을 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처럼 AR(증강현실) 같은 기법을 인테리어 상담에 도입하기도 한다. 3D 공간 디자인업체인 어반베이스는 AR 기능을 접목했고, 인테리어리모델링 업체인 '아파트멘터리'는 VR 서비스를 도입했다.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집을 보여주는 젊은 층들이 늘면서, 그간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주도하던 전 세계 11조 규모 시장의 디자인 트렌드까지 바꿔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A18면
네이버구독하기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