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의족 달아도 "난 멋쟁이"

최보윤 기자
입력 2019.01.24 03:00

연령·성별·장애와 상관없는 유니버설 디자인 패션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최나영(32)씨는 바지 입을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다리에 힘이 없는 데다 허리춤이 잘 벌어지지 않아 바지를 입다 허벅지에 걸리기 일쑤다.

휠체어를 타는 아이가 입고 벗기 편하게 셔츠와 바지가 자석 여밈으로 돼 있는 타미힐피거 아동 의류(위 왼쪽). 겉에선 손으로 잠그는 단추처럼 보이지만 자석 버튼으로 돼 있어 쉽게 여밀 수 있는 마그네레디 셔츠(위 오른쪽). 의족을 단 장애인을 위해 바지 밑쪽이 '찍찍이'로 돼 있어 바지통을 넓힐 수 있는 타미힐피거 바지. /타미힐피거·마그네레디
한데 '모카썸위드'라는 의류를 만난 뒤 한결 편해졌다. 최씨는 "지퍼 부분이 벨크로(찍찍이)로 돼 있어 허리춤이 잘 벌어지고 천도 부드러워 한결 입기 쉬웠다"면서 "휠체어 팔걸이에도 손목이 많이 닿는데 소매단에 밴드(고무줄)가 들어 있어 쉽게 걷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연령이나 성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D·보편 디자인)'을 적용했다. 장애인·비장애인·노인·임산부·어린이 등 가리지 않고 모두가 편안하게 입을 수 있게 고안된 것이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타는 아이를 둔 이베이코리아 직원이 아이가 혼자서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다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도움으로 휠체어 이용자 의견을 모아 국내 중견 의류 제조 업체인 팬코와 함께 개발했다. 가격은 2만~3만원대.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처음엔 누가 살까 했는데 장애인은 물론 임산부, 손발에 힘이 없는 노인분 등 다양한 구매층이 생겨나면서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준비한 물량 30%가 이미 소진됐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디자인(UD)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휠체어 이용자였던 미국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1942~1998)가 만든 용어. 그는 1973년 미국 최초의 UD관련 법안인 건물 접근성에 관한 법률 초안을 이끌어내면서 UD를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로 건물과 도로 디자인에 적용됐다. 적은 신체적 움직임으로도 사용을 편리하게 했다. 1994년 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UD는 빠르게 발전했다.

최근엔 패션계에서 UD를 적용한 디자인이 부상하고 있다. 자석 셔츠로 특허받은 미국 '마그네레디'의 경우, 파킨슨 증상으로 손이 잘 안 움직여 셔츠를 입기 어렵자 단추 대신 자석으로 옷을 여미는 의류를 만들어냈다. 자석은 세탁해도 녹슬지 않는 소재다. 미국 유명 브랜드 '타미힐피거'는 '어댑티브 패션'이라는 카테고리를 아예 따로 만들었다. 타미힐피거 관계자는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 부분에도 자석으로 된 버튼이 달려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고, 지퍼 끝부분이 서로 끼우는 게 아니라 자석처럼 붙일 수 있어 한 손으로도 쉽게 집업(zip-up)이 가능하게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나이키, 언더아머, 아소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내놨다. 미국 포브스지는 "UD가 적용돼 관절염,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등 환자들도 편히 입을 수 있는 '건강 관련 의류' 시장만 전 세계적으로 400억달러(약 4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령 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장은 "한국도 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등록 장애인 비율이 5%를 넘어서면서 누구나 차별 없이 사용하기 쉬운 UD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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