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판에서 만난 '서양의 불맛'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1.22 03:00

철판 그릴 '데판' 쓰면 日食?
서양식 스테이크·디저트도 데판으로 요리하는 식당 늘어

"지글지글 구워내는 그릴 요리가 대개 남성적인 맛이라면 데판 그릴에선 구워내는 건 한결 여성적인 질감과 맛을 내요. 섬세하고 다채롭죠.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이 커다란 철판 위에서 모두 만들어 내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지난 1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이희준 셰프가 철판에서 구워져 나온 대하에 그린 망고를 더한 디저트를 보여주며 한 말. 이 호텔의 철판 요리 레스토랑 '테판(Teppan)'은 최근 아시아 4개국에서 철판 요리사 4명을 불러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하나의 커다란 철판에서 굽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홍콩·도쿄·싱가포르에서 온 외국인 셰프들과 이희준 셰프가 함께 여섯 가지 요리를 내는 코스를 진행했다. 오픈하자마자 만석. 이 셰프는 "마지막에 배를 위스키를 뿌려 굽고 캐러멜 소스를 얹어 수제 아이스크림을 내는 디저트를 만들 때 불꽃이 치솟는데 그 순간 손님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철판 위 술을 붓고 불을 붙여 배를 굽는다.이미지 크게보기
철판 위 술을 붓고 불을 붙여 배를 굽는다. 여기에 캐러멜 시럽과 아이스크림을 더하면 완성!(오른쪽) 그랜드하얏트서울‘테판’에선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모든 요리를 철판 위에서 만든다. /이태경 기자

커다란 철판 그릴을 통칭하는 '데판(てっぱん)'은 철판(鐵板)을 일본말로 읽은 것. 이름마저 일본식이다 보니 국내에선 그동안 일본식 구이 요리를 내는 이른바 '데판야키'가 곧 데판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달라진 건 작년부터. 이 큼직한 철판 위에 일본식 구이를 내기보단 각종 서양요리를 코스처럼 내는 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투스카니 스타일의 철판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이 나오는가 하면, 몇몇 호텔에선 프랑스식·싱가포르식·홍콩식 그릴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종이에 재료를 싸서 쪄내는 '파피요트' 같은 이색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서울 청담동 '25T', 경기도 동탄의 '테판유' 등에서도 랍스터 스테이크 등이 포함된 코스를 낸다. 먹는 도중 불꽃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 '다이어리R' 이윤화 대표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 좋은 식당일수록 요즘 인기다. 데판 그릴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했다.



조선일보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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